'해외공작 배후 의심' 러시아 軍 정보기관 수장 사망(종합)
국방부 "오랜 중병 뒤 숨져"…美 대선개입·스크리팔 사건 등 배후 지목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군(軍) 정보기관 '정찰총국'(GRU)을 이끌어온 이고리 코로보프 국장이 사망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올해 62세인 코로보프가 오랜 중병으로 21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보프는 2016년부터 GRU(정식 명칭 '러시아군 총참모부 산하 총국':GU)를 이끌어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인은) 멋진 사람이었고, 러시아의 충실한 아들이자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서 "군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그의 활동은 여러 국가 상과 '러시아 영웅' 칭호로 평가받았다"고 애도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반정부 성향의 현지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는 올해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미수 사건 용의자들의 신원이 공개된 지난 9월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뒤 코로보프 국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했으며 그가 올해 말까지 면직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스크리팔 사건의 배후로 GRU가 지목받고 용의자까지 노출되는 등의 작전 미숙에 대해 코로보프 국장이 질책을 받았을 수 있다는 추정에 근거한 보도였다.
여러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던 코로보프 국장은 1985년부터 군 정보기관에서 일했다.
서방국가들은 그가 수장을 맡은 GRU가 해외에서 다양한 공작활동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자국에서 발생했던 스크리팔 부녀 독살 미수 사건이 GRU 요원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해 왔다.
또 네덜란드는 헤이그에 본부를 둔 유엔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혐의로 GRU 요원 4명을 추방했다고 지난달 초 발표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2016년 미국 대선과 관련해 시도됐던 해킹 사건의 배후에 GRU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보프는 사이버 보안을 위협하는 인물로 다른 GRU 간부들과 함께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서방 언론은 스크리팔 독살 미수사건에 이어 OPCW 해킹 시도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것을 계기로 GRU의 무능이 노출돼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의 분노를 샀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코로보프 사망이 그의 전임인 이고리 세르군 전(前) GRU 수장이 2016년 58세의 나이에 급사한 데 뒤이은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세르군은 2016년 1월 모스크바 인근 별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사인에 대해 한동안 의문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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