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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하루 10만보 걷는 이유는…에세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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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하루 10만보 걷는 이유는…에세이 출간
"걷기는 나를 유지하는 방법"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배우 하정우가 에세이를 펴냈다.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이 서점에 풀리자마자 주문이 쏟아져 출간 당일 2쇄를 찍었다고 출판사 문학동네는 22일 밝혔다.
'신과 함께' 두 편과 '암살'로 1천만 관객을 세 차례나 모으며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른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을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하루 3만 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 보까지도 기록한 적이 있다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다. 그에게 웬만한 이동 거리 단위는 '차로 몇 분 거리', '몇 킬로미터'가 아니라 '도보로 몇 분'이 더 익숙하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을 걸어간 적도 있다고.
영화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에서 보여준 찰진 '먹방'으로 사랑받은 그는 스스로 "걷기를 즐기지 않았더라면 족히 150㎏은 넘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로 잘 먹고 많이 먹는다. 그는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 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에게 걷기는 단지 몸 관리 수단만은 아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슬럼프가 찾아와 기분이 가라앉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촬영한 영화에 기대보다 관객이 들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 그는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남 탓을 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운동화를 꿰어신고 걸으며 자신을 추스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지금 이 순간조차 긴 여정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리고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2015년 내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허삼관'이 개봉했을 때, 나는 한창 '암살'의 주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허삼관'은 기이할 정도로 관객이 들지 않고 있었다. 부랴부랴 이유를 찾다가, 나 자신을 질책하다가, 눈떠보면 '암살' 촬영 시간이 닥쳐와 있었다. 촬영장에 가는 것조차 너무나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분명 나를 위로하려 할 테니까. 어떤 사람은 별일 아닌 척 담담하게 나를 토닥일 테고, 또 누군가는 까맣게 타는 내 속마음을 눈치채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그 모두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는 더 불편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본문 '왜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지?' 중, 35∼36쪽)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그에게도 성공과 실패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거듭 찾아온다. 인터넷 댓글에서 "하정우 씨, 감독은 하지 말고 그냥 배우만 하세요!" 같은 신랄한 평도 듣지만, 그래도 그는 계속 그 길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과 제작자라는, 멀고 험하더라도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로 더 멀리 걸어가 보고 싶다고.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에게 빚졌지만, 언젠가는 감독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에게 그 빚을 갚을 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우 하정우는 지금까지 많은 행운과 사랑을 누렸고 순탄한 길을 걸어온 편이지만, 스무 살에 연극무대에 오른 이후 서른 무렵 10년 만에 간신히 빛을 본 사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영화감독 하정우는 이제 데뷔한 지 고작 몇 년밖에 안 된 신출내기다. 감독으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운운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본문 '왜 사랑받지 못했을까?' 중, 229∼231쪽)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걷는 자를 위한 기도', 291∼292쪽)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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