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서 '보호무역 반대' 빠졌다
트럼프 입김 추정…보호무역 배격 대신 '시장개방·공정무역'
WTO 무용론 반영…미·사우디 로비에 기후변화 대책도 물타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속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보호무역 반대'라는 단골 문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는 보호무역에 저항하자는 결의가 명시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수입품에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쌓는 보호무역에 대한 반대 결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출범한 이후 공동성명에 꾸준히 등장해온 주요 의제였다.
보호무역 배격에 대한 직설적 어구가 빠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 때문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 용어 때문에 유럽 정상들과 마찰을 빚은 만큼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 애를 쓴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무역 전쟁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의 기간 별도 회동에서 무역 담판까지 치른다.
일부 관리들과 무역 애널리스트들은 보호무역에 저항한다는 결의가 최종 공동성명에서 빠지면 국제교역의 미래에 나쁜 신호를 줄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보언 선임연구원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본보기로 검토한다"며 "새 본보기가 나오면 각국이 알아서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안보 동맹국들에 철강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광범위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이 같은 통상정책은 상대적으로 개방 무역에 무게를 둔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G20을 담당했던 관리인 대니얼 프라이스는 "부시 대통령은 보호무역이 미국의 이익을 진전시키지 않고 퇴보시킬 것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그런 어구(보호무역 배격) 삽입에 대한 반대에서 미국이 세계화와 시장개방의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사실적이고 수정주의적인 견해가 잘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동성명 초안에는 보호무역 반대 대신 "시장을 계속 개방하고 평평한 운동장(공정한 교역)을 확보한다"는 완화된 어구가 들어갔다.
FT는 공동선언 초안에 "다자 무역체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말이 들어갔는데 이 또한 지난 공동성명 때보다 완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자보다 양자 무역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촉구하며 수시로 탈퇴를 거론하고 있다.
이번 성명 초안에는 "WTO가 확실히 계속 의미 있는 기능을 하게 하는 제안을 만들어낸다"는 개혁촉구 문구가 삽입됐다.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문구도 완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중국이 미국 제조업을 해치려고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대선후보 시절 주장한 바 있다.
초안에는 세계 각국이 2015년에 체결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간략하게 언급됐고 오히려 "서로 다른 환경을 인정한다"는 말이 들어갔다.
소식통들은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유의 사용을 장려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로비 때문에 이런 문구가 삽입됐다고 전했다.
작년 공동성명에서는 "G20 회원국 정상들은 파리협정이 불가역적이라고 말한다"는
문장이 적시됐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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