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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년 조윤제 "비핵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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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년 조윤제 "비핵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한반도 상황 크게 달라져, 역사적 기회 어떻게든 살려 나가야"
"김정은 선택한 길 확고히 걷도록 외부에서 도울 필요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송수경 특파원 = "비핵화는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공동번영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 하는 일이며, 외교적 노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북핵 외교전에서 최일선인 미국 현장사령탑을 맡은 조윤제 주미대사는 지난 1년의 비핵화 정국에 대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긴장되고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 1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1년에 즈음한 20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다.
북미는 지난해만 해도 '화염과 분노', '리틀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 등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로 달라졌다. 비록 몇 달째 교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화적인 비핵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조 대사는 "워싱턴에 처음 도착할 때의 한반도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북미 간 험악한 말들이 오갔고 군사적 옵션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했다"며 "이제 더는 그런 말들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의 역사적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는 비핵화 조치와 제재완화의 선후를 둘러싼 북미 갈등에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면서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문제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 대사와의 문답.
-- 부임 1년을 맞은 소회는.
▲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1년 전 워싱턴에 처음 도착할 때와는 크게 바뀌었다. 그때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하고 북미 간 험악한 말들이 오갔으며 군사적 옵션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할 때였다. 이제 더는 그런 말들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는 제가 이뤄낸 일이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력과 결단이 이뤄낸 결과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행 중이고, 이 역사적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긴장되고,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는 1년을 지내온 것 같다.
-- 가장 보람된 순간을 꼽는다면.
▲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우리 특사단을 맞아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했을 때다. 그야말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물꼬가 터지는 순간이었고, 한반도가 세계언론의 중심에 서게 됐다. 아마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가 그렇게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전쟁이 아닌 평화와 대화를 주제로 말이다.
-- 미국 조야에는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
▲ 과거의 비핵화 노력이 모두 실패했던 점을 고려하면 회의적인 시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와 주민은 과거와 달라졌다. 10년, 20년 전과 달리 지금 북한은 장마당 등 시장경제가 주민 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고, 국가배급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핸드폰 등 디지털 세상은 북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30대 젊은 지도자로서 경제 상황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면 권력과 체제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김 위원장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경제 상황 개선은 미국과 관계개선, 궁극적으로 비핵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이미 전 세계에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힌 상황에서 지금 진행되는 협상 기회를 놓칠 경우의 기회비용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핵화는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당사국들간에 최선을 다해 인내하고, 상호신뢰를 쌓아가면서 협력하고 공조해 나갈 때 가능하게 될 것이다.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공동번영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 하는 일이며, 또한 외교적 노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 트럼프 정부는 남북협력과 비핵화 진전이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한미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 한미 간 균열 보도에는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한미 간 관점과 견해가 다른 경우도 있다. 이는 한미 양국이 북한과 가져온 역사적, 문화적, 민족적 경험과 각자 놓인 지정학적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미가 굳건한 동맹 관계라고 해서 매사에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교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공조와 협력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간 균열로 이어질 만큼 양국의 신뢰 관계가 그렇게 취약하지 않다. 한미동맹은 지난 70년간 때로는 상이한 관점과 입장을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더욱 돈독해졌다.
-- 비핵화와 제재완화의 선후를 놓고 북미가 갈등하는데.
▲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상당한 비핵화의 진전이 있기까지는 제재완화 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결국, 북한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면서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문제도 논의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미국도 나름대로 상응 조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종전선언을 포함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오케스트라 방문 등 여러 조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내년 초에 열릴 수 있을지.
▲ 미국의 11·6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다시 밝힌 바 있다. 양측간 실무협상이 어떻게 진전되는가에 따라 정상회담 일정이 영향받을 수 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 성패의 기준을 뽑는다면.
▲ 미국 측으로서는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해 더욱 진전된 합의를 이루길 기대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지금 말하기 이르다. 개인적으로는 70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난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엇이 성패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비핵화와 평화정착 진전이 더딘 근본적인 이유는 뭔가.
▲ 비핵화는 남북미 3자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빠른 진행이 쉽지 않은 것은 상호불신의 벽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서 큰 시간표 안에서 일괄적으로 타결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70년간 쌓여온 불신과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신뢰 관계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느 나라든 지도자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관성이 지속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신으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김 위원장이나 북한 지배층 스스로도 미래에 대한 분명한 확신과 비전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금 선택한 길을 끝까지 확실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때로는 외부에서 그의 입지를 도와줄 필요도 있다.
-- 협상 성과가 지연되면 그만큼 협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게 되는데.
▲ 그렇다. 하루아침에 비핵화의 큰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성과들을 지속해서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성과 하나, 하나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에서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도록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잠금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고받은 얘기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의심스럽다면 직접 와서 검증하라면서 영변 핵시설도 상응조치에 따라 폐쇄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거기까지만이라도 서로 합의를 하면서 뒤도 돌아가지 못하도록 '록'(lockㆍ잠금)을 하고, 또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서 또 '록'을 하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각오는.
▲ 우리 국민은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가 한반도 운명을 주도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배워왔다. 주변 강대국과 관계 설정·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용의주도한 외교적 능력이 필요하다. 희망이 우리의 길을 안내하게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딛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은 냉철한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둬야 한다.
k0279@yna.co.kr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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