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행복을 위해서라면"…미혼남녀 소개팅 주선하는 日기업들
회사 비용으로 미혼남녀 초청 파티 열어…공단 입주 28개사 제휴도
저출산 고민 日정부도 기업 '곤카쓰' 적극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혼 종업원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회사 비용으로 파티를 개최하는 등 '곤카쓰(婚活, 결혼에 필요한 활동)를 적극 지원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14일 밤 화려한 시내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요코하마(橫浜)의 랜드마크 타워 꼭대기 층에서 열린 곤카쓰 파티에는 가전양판점 노지마그룹의 종업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같은 그룹에 근무하는 직원들이지만 부서나 소속사가 달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종업원 간의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회사가 마련한 파티다.
참가자 85명의 평균 연령은 남자 29세, 여자 27세. 긴장한 표정으로 처음 만나는 이성에게 자기소개한 후 자유토론이나 게임을 하면서 사이가 좋아져 10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파티에 참가한 35세 여성은 "평소 곤카쓰를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던 차라 '이번에는...' 하는 심정으로", 26세 남성은 "20대가 끝나기 전에 결혼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곤카쓰 파티는 작년말에 이어 2번째다. 사내결혼에 골인하는 데까지 10년 걸렸다는 지역 매니저 미쓰야마 유카(三津山侑香. 31)가 "젊은 사람들도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년 여름 영업회의 석상에서 노지마 히로시(野島?司. 67) 사장에게 건의, 즉석에서 채택된 게 시작이다.
"회사는 종업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결혼은 그 행복의 하나인 만큼 회사 업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노지마 사장은 즉석에서 건의를 받아들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티비용 약 100만 엔(약 1천만 원)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참가자는 비용 부담없이 참석만 하면 된다.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 임해공단에 공장을 두고 있는 28개 회사는 '곤카쓰 인 콤비나트'라는 이름의 곤카쓰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이데미쓰(出光)흥산, 미쓰이(三井)화학, 스미토모(住友)화학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장 종업원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이성과 만날 기회가 적다. 이들의 이직은 기업에도 큰 타격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 제휴해 시작한 곤카쓰 지원 이벤트다.
2014년부터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참가 여성은 공모한다. 작년까지 행사에 응모한 여성은 1천명이 넘었다. 100쌍 이상의 커플이 탄생했고 결혼에 골인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치하라 시 당국도 매년 이 행사에 90만 엔(약 9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공단과 함께 발전해온 지자체로서 "공단의 안정적인 가동은 종업원 한사람 한사람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먼저"(시 상공업진흥과)라는 생각에서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평생 미혼율은 1980년대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남녀가 만날 기회가 줄어든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리쿠르트결혼종합연구소가 2014년과 작년에 20~40대 미혼자 2천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애를 하고 싶은데 애인이 없다는 사람이 799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날 기회가 없어서"를 이유로 든 사람이 남녀 모두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젊은 사람일수록 연애를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내연애도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기업으로서는 곤카쓰를 지원해 우수한 인재를 붙잡아 두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기업의 종업원 곤카쓰지원서비스 대행사업을 시작한 결혼중개업체 즈바이(ZWEI)는 좋은 사업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산으로 고민중인 정부도 작년말 기업의 곤카쓰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참고지침을 마련했다.
다만 곤카쓰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관여는 프라이버시 침해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 강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9일 지적했다. 정부가 마련한 참고지침도 이 점을 고려해 "곤카쓰 지원은 종업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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