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케어안심주택' 4만호 공급
한국형 커뮤티니케어 시동…거동불편 노인가구 27만호 집수리
맞춤형 방문건강관리·방문의료 본격화…"노인 11% 장기요양보험 혜택 목표"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2025년까지 '커뮤니티케어' 기반을 구축한다.
노인에게 건강관리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인 '케어안심주택'을 4만호 공급하고, 노인 낙상 방지를 위한 집수리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을 찾아가는 방문의료를 본격화하고,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대폭 확대해 앞으로는 노인 인구의 11%가 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한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커뮤니티케어)을 발표했다.
◇ 노인을 돌보는 주거 인프라 확대…안전바닥·안전손잡이로 낙상 방지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란 살던 집이나 지역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정부는 먼저 어르신 맞춤형 주거 인프라를 대폭 확대한다.
2022년까지 신규로 건설되는 노인 공공임대주택 4만호는 건강·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매우 가깝게 위치하는 '케어안심주택'으로 공급된다.
이 가운데 5천호는 저층부에 복지관이 설치된 임대아파트인 '공공실버주택'으로 공급된다. 기초생활수급자나 독립유공자 등 고령의 독거노인은 자동 가스차단기, 동작감지센서,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에 살면서 복지관으로부터 통합적인 돌봄서비스를 받게 된다.
공공실버주택은 현재 성남시 위례(164가구)·목련(130가구) 지역에 공급돼 있으며, 2022년까지 전국 20개 지역에 추가로 공급된다.
정부는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 14만호도 케어안심주택이 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관과 서비스 연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노인의 독립생활을 지원하는 집수리사업도 시작한다. 옷 갈아입기, 화장실 사용, 목욕 등에 어려움을 겪는 27만 노인 가구에는 미끄럼 방지 안전바닥재와 안전손잡이가 설치된다.
정부는 집수리사업이 노인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노인 골절로 인한 의료비는 1조3천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마을 소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을 내년에 시작한다.
◇ 393만명에 방문건강서비스 제공…병원 2천곳에 사회복지사 파견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을 찾아가 혈압과 혈당 등을 확인하고 생활습관과 만성질환을 관리해 주는 방문건강서비스도 확대한다. 올해 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125만명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인원을 39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모든 시군구에 '주민건강센터'를 구축한다.
의사와 간호사가 노인 환자의 집에서 진료, 간호, 재활치료 등을 하는 왕진의료는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지역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노인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경로당도 4만8천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퇴원환자의 원활한 지역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국 2천개 병원에는 '지역연계실'이 설치된다. 파견되는 사회복지사는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서도 끊김 없이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퇴원 계획을 세워준다.
정부는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돌보는 노인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노인의 8%(58만명)가 혜택을 보고 있지만 2025년까지 11%(120만명)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보험으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 종류를 늘리고 대상자도 확대한다.
병원 이동용 차량(병원 모심택시)과 방안 문턱 제거 등의 주거환경 개선도 보험으로 지원하고, 전동침대 등 독립생활에 필요한 보조기기 지원도 확대한다. 또 식사배달과 법률지원, 안부확인 등도 새로운 재가서비스를 발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조치로 향후 장기요양수급자의 80%가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노인 60% "살던 곳에서 여생 마치고파"
정부가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병원·시설 중심 서비스만으로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없고, 의료·돌봄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7년 후인 2026년에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2026년 노인 인구는 1천111만명, 이 중 100만명 이상이 치매 환자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의 57.6%는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일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 요양원, 정신의료기관에서 생활하는 노인은 49만8천명이었다. 병원과 시설을 중심으로 의료·복지 체계가 잡혀 있어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결국은 다시 병원과 시설을 찾아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노인 돌봄은 가족, 특히 딸이나 며느리 등 여성 보호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재가서비스는 공급기관·사업별로 단편적으로 제공되고 있어 만족도가 높지 않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노인 관련 대책을 실행하는 한편, 발달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을 지원하는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내년 6월부터 2년간 12개 시군구에서 선도사업을 실시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커뮤니티케어는 전국적으로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마련하는 법적·제도적 기반 위에 각 시군구가 자주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는 지역 자율형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주거지원, 방문의료, 재가돌봄, 서비스연계 등 핵심 요소를 구현해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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