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사건 배후놓고 트럼프 "누가 알겠나"…CIA와 엇박자?(종합)
사우디 왕세자가 "무관하다"며 거짓말했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건 이어 美 정보기관과 또다시 이견 관측도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하채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한 미 중앙정보국(CIA)과 엇박자를 내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방영된 미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나는 모른다. 누가 정말 알겠나"며 "그러나 지금 많은 이들은 그(왕세자)가 알지 못했다고 한다는 것을 나는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무함마드 왕세자가 직접 자신에게 5차례 정도 카슈끄지 사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불과 며칠 전에도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왕세자가 부인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다 진행자가 "그(왕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참는 것인가"라고 묻자 "누가 진짜 알겠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에게는 동맹국이 있으며 나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좋은 동맹국과 계속 함께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카슈끄지의 '최후'가 담긴 녹음에 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고통스러운 녹음이고, 끔찍한 녹음"이라면서 "그 내용에 대해 완전히 보고를 받았고, 내가 그것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듣지 않고서도 테이프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 녹음'을 사우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피살 순간이 담긴 녹음의 내용에 관해서도 소상하게 보고를 받아 알고 있다면서도, '사우디 왕세자 배후설'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CIA가 카슈끄지 암살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연루된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미 국무부도 지난 17일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최종 결론을 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같은 반응을 보였다.
FT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 사안을 두고 자국 정보기관과 엇박자를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정보기관들이 이미 2016년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푸틴 대통령을 두둔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그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입한 게)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렇게(개입) 할 이유가 없다"며 미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더 신뢰하는 듯한 발언으로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러나 카슈끄지 사건에 관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조차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사우디 왕세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NBC 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사우디에 대해,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가 몰랐다는 사실은 나로선 믿을 수 없다"며 "(사우디가) 중요한 동맹이지만 무함마드 왕세자에 관한 한 그는 이성적이지 못하고 불안정하며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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