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 차기 총리 선임 거부…정국혼란 장기화 조짐
"총리 불신임 구두표결은 헌법, 절차 무시"…현 총리 손 들어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스리랑카 대통령이 의회가 가결한 총리 불신임안의 효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차기 총리 선임을 거부했다.
16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 14일 카루 자야수리야 의회 의장에게 서신을 보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14일 오전 의회가 구두 표결로 총리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헌법과 의회 절차, 전통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이 최근 임명한 라자팍사 현 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의회내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자야수리야 의장은 15일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된 만큼 "스리랑카는 현재 총리도, 정부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자팍사는 "(제대로 된) 투표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중요한 결의는 구두 표결로 처리돼선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 조기 총선을 통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라자팍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몰려가 마이크를 빼앗고 20여분간 몸싸움을 벌이며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몇몇 의원들은 상대방을 걷어차는 등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고, 일부는 손과 발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파문이 커지자 시리세나 대통령은 총리 불신임안 가결을 주도한 야당 지도자들과 긴급회의를 하고 구두 표결이 아닌 호명 투표(의원 이름을 차례로 불러 기립시킨 뒤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치도록 하는 방식)로 총리 불신임 결의안을 재표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라자팍사 측 의원들의 저항이 거세 표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스리랑카의 정국 혼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시리세나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해 온 라닐 위크레메싱게 당시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하면서 촉발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이런 조처에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를 통치했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친중(親中)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리세나 대통령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가 스리랑카 내정에 간섭하려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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