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휘문의숙 소유 건물 임대업자 '보증금 130억 횡령' 수사(종합)
휘문의숙 비리 의혹 수사 과정서 포착…세입자들 "학교법인이 책임져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강애란 기자 = 서울 동작경찰서는 강남구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소유 건물 임대업자 A씨를 횡령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께부터 휘문의숙 소유의 강남구 대치동 주상복합건물을 임대관리 하면서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 13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 건물은 7층, 140여 가구 규모다.
A씨는 빼돌린 보증금을 개인 사업을 하느라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건물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 요구에 건물 소유주인 휘문의숙에서 돌려받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휘문의숙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A씨의 횡령 사실을 포착했다.
지난 3월 서울시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휘문의숙 비리를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 결과 휘문고는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교회에 빌려주고 매년 7천만∼1억5천만원의 건물사용료 외에 확인된 것만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38억여원의 기탁금을 받았다.
아울러 휘문고 주차장 터에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주택관리임대업 등록을 안 한 업체에 임대관리를 맡겼다. 보증금 21억원과 시세보다 낮은 연 21억원의 임대료만 받고 건물을 빌려줬다.
이날 오후 이 건물 세입자 40여명은 건물 지하 1층 공실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학교법인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입자들은 "휘문의숙이 주인 아니냐", "학교가 망하지 않는 한 제일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모임에 앞서 건물 엘리베이터에 A씨가 보증금 130억원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을 벌였다는 '긴급공지' 글을 게재해 사건을 알린 한 세입자는 휘문의숙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가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세입자 황 모 씨 역시 "휘문의숙에서 허가된 업체를 쓰지 않았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건물주인 휘문의숙을 믿고 계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입자 김 모 씨는 "실질적인 계약을 보면 세입자들은 휘문의숙 대리인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휘문의숙이 실질적인 임대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세입자들은 내일(16일) 오전 10시 학교법인을 항의 방문하는 한편 민사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진행할지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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