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일간 민간 문화교류 중요성 부각한 BTS 도쿄공연
(서울=연합뉴스) 세계적 아이돌 그룹으로 부상한 방탄소년단(BTS)의 13, 14일 도쿄공연이 성황리에 끝났다. 이틀간 일본 전역에서 10만명의 팬이 도쿄돔에 몰려 BTS의 노래와 군무에 환호했다. 도쿄 공연 티켓은 100만원이 넘는 암표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BTS가 지난주 일본에서 내놓은 싱글앨범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일본 오리온 주간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BTS는 도쿄공연에 이어 내년 2월까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에서 돔 투어를 이어가는데 티켓은 이미 매진이라고 한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도 BTS의 폭발적 인기가 확인된 셈이다.
BTS의 도쿄공연 대성공은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판결 이후 노골화된 일본 우익세력의 '한국 때리기' 속에 이뤄진 것이라 더욱 반갑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고노 다로 외무상 등이 앞다퉈가며 한국 비난에 나서고 있다. 일본 우익세력이 도쿄 시내에서 반한·혐한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지율이 떨어진 아베 정부가 우리 대법원 판결을 지지층 결집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일본 안팎에서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TV아사히가 최근 BTS의 생방송 출연을 하루 전 전격 취소한 것을 시작으로 후지TV, NHK 등 일본 방송사들이 BTS 출연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이들 매체는 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 3월 원자폭탄 폭발 모양이 담긴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문제 삼았지만, 역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분석됐다.
BTS의 도쿄공연 대성공은 일본 팬덤 '아미'가 우익들의 공세를 막아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중문화의 힘이 정치나 이념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BTS가 대중문화를 매개로 어느 외교관보다 한일 두 나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셈이다. TV아사히 등이 BTS 출연을 취소·철회한 것도 주요 외신에 소개되면서 일본 우익의 의도와 달리 국제사회가 한일 간 과거사에 주목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대중문화 한류를 이끄는 BTS의 보이지 않는 외교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일본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나라로 꼽힌다. 반한이나 혐한 활동으로 힘을 키우려는 세력이 있지만, 이들을 외면하고 BTS의 음악에 열광하는 아미들이 더욱 많다.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오랜 세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온 양심세력도 있다. 이런 점에서 BTS 소속사가 지민의 티셔츠 논란과 관련해 심적 불편함을 느낀 일본인들을 향해 사과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도쿄공연 첫날 지민이 티셔츠 논란과 관련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자 눈물로 답을 대신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로 삐걱대는 한일 두 나라의 거리를 좁히려면 세계 어디에서든 통하는 문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BTS 팬의 주축은 일본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층이다. BTS 일본 투어 같은 양국 간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진다면 현해탄의 간격은 지금보다 훨씬 좁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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