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교회 통합·독립 난항…러시아계 정교회 반발
주교들, 포로셴코 대통령 주관 통합 논의 회의 불참…"외부서 강요된 독립"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의 분리·독립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정교회를 상대로 영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러시아 정교회와 국가 지도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러 분파로 나뉜 우크라이나 정교회계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반러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 문제 논의를 위해 러시아 정교회와 연계된 모스크바총대주교 소속 우크라이나 정교회 주교들과의 회동을 제안했으나 무산됐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당초 수도 키예프의 모스크바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도원인 '페체르스크 수도원'에서 모임을 열기로 한 합의를 전격적으로 바꿔 시내 컨벤션센터 '우크라이나 하우스'를 회담장으로 제안하면서 대다수 주교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하우스에서 고작 3명의 주교와 만나야 했다. 이 주교들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과 교회 분파 통합을 지지하는 주교들로 알려졌다.
다른 80여 명의 주교들은 페체르스크 수도원에서 별도의 비상 주교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주교들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에 관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종교령(토모스) 제공 과정은 외부에서 강요된 인위적인 것이며 (우크라이나) 교회 내부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주교들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과 관련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결정은 무효이며 종교적 효력이 없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내부 문제에 대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간섭이며 종교적 규율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교들은 그러면서 모스크바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대한 독립적 지위 부여 결정에 반발해 모스크바총대주교구가 콘스탄티노플 교회와의 관계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뒤이은 것이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는 지난달 11일 주교회의(시노드)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분리·독립을 사실상 인정했다.
주교회의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대주교구를 (러시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로 편입시키기로 한 1686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시노드의 결정을 취소하고,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대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관할권을 복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여러 분파로 나뉜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통합해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모스크바총대주교구 소속 우크라이나 정교회,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우크라이나 자치 정교회 등 3개 분파로 크게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 정교회와 연계된 모스크바총대주교구 소속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분리·독립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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