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업체에 경기도 학교급식 배송 맡긴 공무원 적발
2년간 46억대 수의계약 체결…도청 과장 등 6명 입건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연간 23억여원 규모의 경기도 내 초중고교 급식재료 배송 업무를 무자격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긴 도 공무원 등 6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이하 진흥원) 전 단장 윤모(52) 씨를 수뢰후 부정처사 및 업무방해, 경기도청 학교 급식 관련 부서 과장(4급) 김모(60) 씨와 팀장(5급) 이모(46) 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급식재료 배송 업체 대표 신모(42) 씨 등 업체 관계자 3명은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도 산하 기관인 진흥원의 단장이던 윤 씨는 지난 2016년 경기도 내 1천57개 초중고교의 급식재료 구매와 배송을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는 업무를 하다가 일반화물자동차운수사업 허가를 받지 못해 배송 업무를 할 자격이 없는 A 업체에 2017년 2월부터 2년간 46억여원 규모 배송 업무를 수의계약으로 맡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씨는 평소 A 업체로부터 명절 선물 명목으로 송이버섯을 비롯한 6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차례에 걸쳐 받는 등 관계를 유지해오다 배송 업무를 맡게 해달라는 A 업체 측 요청을 받고 수의계약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윤 씨는 각각 다른 업체가 맡아오던 급식재료의 구매와 배송을 한 업체가 맡도록 하는 내용의 '2017년 중앙물류 기능을 공급대행업체로 통합운영' 안건을 내부 보고 없이 만들어 기존 구매 업무만 담당하던 A 업체가 배송 업무까지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흥원을 관리·감독하는 경기도청의 관련 부서 과장 김 씨와 팀장 이 씨는 윤 씨가 만든 안건을 바탕으로 한 '17년부터 A 업체에서 중앙물류통합운영'이라는 지침을 31개 시·군에 내리는 등 수의계약을 통해 A 업체를 급식재료 구매·배송 업체로 선정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씨 등은 "법과 규정에 맞게 공개입찰을 해야지 수의계약을 해선 안 된다"며 A 업체 선정에 반대하는 진흥원 본부장에게 "징계를 건의하겠다"며 압박하고 진흥원이 조달청에 올린 '중앙물류 입찰공고'도 철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윤 씨가 올린 안건대로 A 업체에 급식재료 구매와 배송을 모두 맡기면 경비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경기도 내 학교의 급식재료 구매와 배송 업무를 맡게 된 A 업체의 대표 신 씨는 운송용역업체에 배송 업무를 주고선 매달 1천만원을 불법 사례비(리베이트)로 받아 챙긴 혐의로 함께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도의 친환경 무상급식이 관리·감독 기관의 갑질과 토착 비리에 의해 특정 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학교 식재료 공급가격 인하 요인이 단절됐다"며 "공무원들의 직무 관련 업체와 유착,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의무 없는 일 강요 등은 공정하고 건전한 사회 질서를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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