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양대정파 지도자, 伊서 회동…"내년 봄 선거 노력"
시칠리아서 伊 중재로 열린 리비아 안정 국제회의서 5개월 만에 만나
거물급 인사 불참으로 리비아 사태 해결 주도권 쥐려던 伊 '머쓱'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11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원한 민중 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무장 군벌들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난립하며 극심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의 양대 정파의 지도자가 5개월 만에 머리를 맞댔다.
트리폴리를 근거지로 유엔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 거국내각의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와 리비아 동부 대부분을 장악한 군부 실세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에서 열린 미니 정상회담에 나란히 참석해 향후 리비아 혼란 상황 수습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중재로 마련된 이날 미니 정상회담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 등 리비아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미니 정상회담은 리비아 안정을 모색하기 위해 이탈리아 주도로 전날 개막한 국제회의의 장외 행사로 마련된 것이다.
알-사라즈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유엔이 추진하고 있는 내년 봄까지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각 정파를 대표하는 주요 지도자들은 지난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재로 파리에서 회의를 열고 내달 10일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으나, 유엔은 최근 격화한 리비아의 혼란 상황을 고려할 때 내달 총선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난 주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알-사라즈 총리와 경쟁 관계인 하프타르 최고사령관도 이날 회의에서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사라즈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의를 통해 리비아 정국 안정을 위한 첫 단추로 여겨지는 대선과 총선에 대한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리비아 해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외교 노력에 있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마련한 이번 회의는 당초 기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들이 불참해 전체적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이탈리아는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차대전 종전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시칠리아로 건너와 리비아 해법을 함께 논의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이날 미니 정상회담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표출하며 터키 대표단이 일정 도중에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것도 이번 회의에 흠집을 남겼다.
푸아트 옥타이 터키 부통령은 "이번 행사에 깊이 실망했다"며 "터키를 제외한 어떤 회담도 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정식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장외 행사인 미니 정상회담에만 참여한 것도 주최 측인 이탈리아의 외교 노력에 타격을 입혔다는 게 중론이다.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은 카타르 등이 참여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정식 회의는 거부했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카타르 등이 알-사라즈 정권과 동조해 리비아 내 이슬람 무장대원들을 지원함으로써 리비아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내각이 마련한 이번 회의에 대해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한편, 과거 리비아를 식민 지배했던 이탈리아는 리비아에 매장돼 있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이해 관계가 걸려 있을 뿐 아니라, 리비아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이자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리비아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는 특히 지난 5월 마크롱 대통령이 파리로 리비아 주요 정파 지도자들을 불러모아 오는 12월 총선과 대선 실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리비아 사태 해결에 앞장서는 모양새를 취하자 프랑스와 은근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 왔다.
[로이터제공]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