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가지 코스요리 즐기던 '팔란티르', IPO 앞두고 "절약 또 절약"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팔란티르'가 내년 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전사적인 비용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14년 전 창업할 당시 '9·11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창업 의도를 밝힐 만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애국적 기업'으로 꼽히는 팔란티르는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도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더 유명한 것은 '팔란티르 자격 증후군(Palantir Entitlement Syndrome)으로 불리는 이 회사 임직원들의 낭비벽이다. 이 회사 구내식당에서는 랍스터 꼬리와 사시미 등이 포함된 13가지 코스요리로 점심을 제공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내년 하반기 또는 2020년 전반기로 예정된 IPO를 앞두고 팔란티르가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면서 "사무 공간을 줄이고 엔지니어 고용도 늦추게 될 것이며 자격 증후군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팔란티르는 여성용 고급 속옷과 양복 등을 사는 데 회사비용을 쓴 직원 2명을 해고했으며, 국제선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타던 관행도 없앴다고 한다.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현직 임원과의 회동 자리에서 "이제 우리는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어린이로 남는 법칙과 어른이 되는 법칙은 서로 다르다"며 성숙한 경영을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최근까지도 수제 고급 베이컨을 아침 메뉴로 복원시킬지를 놓고 전사적 토론까지 벌일 만큼 '최고의 처우'에 익숙했던 팔란티르가 이처럼 비용 절감을 벌이기 시작한 데에는 투자은행들과의 면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프 CEO는 이달 초 모건스탠리 관계자들로부터 "IPO를 하게 되면 시장 가치가 360억∼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 수년 간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팔란티르는 현 시장 가치가 200억 달러로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창업 후 지금까지 이익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IPO를 앞두고 내년부터 순익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공언해온 카프 CEO로서는 다급한 상황인 것이다.
400억 달러의 팔란티르 평가액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비용 절감 추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WSJ은 "내년 초 IPO를 할 예정인 세계 최대 차량호출 기업 우버의 경우 평가액이 매출 예상액 120억 달러의 10배가량이지만, 팔란티르의 평가액은 매출 예상액 7억5천만 달러의 5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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