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어강사 출신 '퀄트릭스' 창업자, SAP와 9조원 합병 계약
블룸버그 "가족 지분 87% 전액 현금 지급…새 테크 억만장자 탄생"
라이언 스미스 CEO "한국 아파트 단지서 개인 교습 전단 돌리며 기업가 정신 배워"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면서 아파트 단지의 우편함에 영어 개인 교습 전단을 돌린 것이 내 기업가 정신의 시작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인 독일의 SAP가 시장 조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퀄트릭스를 80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퀄트릭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라이언 스미스(40)는 동영상을 통해 "대학 졸업 직후 모험을 위해 한국으로 가 영어 강사를 했다"면서 "1주일간 5천 가구의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 일일이 전단을 돌렸고, 결국 나는 많은 돈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것은 내 인생 초기의 잘한 행동 가운데 하나였다"며 "'잠깐, 이런 방식으로 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을 하게 돼 고향으로 와서 회사를 차렸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했다.
그는 20대 중반인 2002년 미국 유타주의 부모님 집 지하 방에서 퀄트릭스를 창업한 뒤 구글 엔지니어였던 형 재러드(43)까지 합류시켜 16년 만에 9천 개의 기업고객을 확보한 탄탄한 스타트업을 일궈냈다.
퀄트릭스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전년 매출이 2억9천만 달러에 순이익이 150만 달러라고 밝혔다. 올해 매출은 약 40% 성장한 4억 달러로 예상했다.
당초 퀄트릭스는 시장공개(IPO)를 통해 5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퀄트릭스의 시장 가치는 50억 달러로 예상됐다.
그러나 SAP의 빌 맥더모트 CEO는 퀄트릭스의 예상 가치보다 75% 이상 높은 금액을 전액 현찰로 주고 선매수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퀄트릭스는 스미스 형제와 그의 아버지, 두 여동생 등 가족들이 지주회사를 통해 주식의 87.6%를 소유하고 있어 이번 거래를 통해 이 가족은 약 70억 달러를 현금으로 거머쥐게 됐다.
라이언 CEO는 지난해 연봉으로 1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SAP는 인수합병 후에도 퀄트릭스를 회사의 클라우드 분야에 남겨두고 라이언이 계속 독립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퀄트릭스가 특이한 것은 미국 기술산업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한참 먼 유타주에서 혁신을 이뤘다는 점"이라며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인 라이언의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이 기업은 유타 재즈 후원에서 자선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언 CEO는 공개장소에서 "유타주가 다양성 부족과 독특한 생활 스타일로 외지 사람들에게 생경할 수 있다"면서 "회사를 주요 테크 허브로 만들려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주력 사업인 데스크톱용 소프트웨어를 벗어나 클라우드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SAP의 맥더모트 CEO는 "퀄트릭스는 내가 지금까지 관여한 회사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넘버 1' 기술 기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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