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국경으로"…숨고른 중미 캐러밴 500명 이동 재개
텍사스행보다 안전한 경로 택해…본진 5천명은 버스편 기다리기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 중 일부가 9일(현지시간) 미국 국경을 향해 이동을 재개했다.
이날 오전 캐러밴 선발대 500여 명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헤수스 마르티네스 경기장을 떠나 지하철을 타고 북쪽에 있는 고속도로로 이동한 뒤 경찰의 호위 아래 발걸음을 옮겼다고 우노 TV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선발대의 이날 이동 목표는 멕시코시티에서 170㎞ 떨어진 중북부 도시 게레타로다.
5천 명으로 추산되는 캐러밴 본진은 유엔, 구호단체 등이 버스 편을 제공하기를 희망하며 하루 더 기다리기로 했다. 캐러밴은 며칠간 멕시코시티에서 머물며 부상 치료를 받고 체력을 회복하는 등 진열을 재정비했다.
캐러밴을 조직한 시민단체는 전날 유엔 등에 미 국경까지 안전하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버스 편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유엔 등은 어린이와 여성들만 탑승할 수 있는 버스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러밴은 전날 투표를 거쳐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미국 텍사스 주 매캘런 국경 대신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와 맞닿은 티후아나로 향하기로 했다.
멕시코시티에서 티후아나까지의 거리는 약 2천800㎞로, 966㎞가량 떨어진 텍사스 주 국경에 비해 더 멀지만, 상대적으로 인신매매 조직이나 마약 갱단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지난 4월 결성된 캐러밴도 같은 경로로 이동했다. 당시 최종적으로 200명만이 국경에 도착했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현재 멕시코에서 이동 중인 캐러밴 중 85%는 온두라스 출신이다.
미국으로 망명해 일자리를 얻고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 등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캐러밴에는 미국서 살다가 추방돼 가족과의 재결합을 바라는 이들도 섞여 있다.
캐러밴은 최근 수년 사이 정기적으로 결성돼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은 채 미국 국경으로 향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갑지 않은' 관심 탓에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에 불법입국한 캐러밴의 망명 신청을 막기 위한 포고문에 서명했다.
멕시코 정부는 현재까지 캐러밴 중 2천697명에게 난민·망명·취업 비자 절차가 진행되는 45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임시 비자를 발급했다. 지난 7일에는 멕시코시티에 머물던 37명이 본국으로 되돌아갔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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