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대신 산체스 밀어붙인 SK, 빗나간 계산
산체스, 8회초 정수빈에게 역전 투런포 허용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SK 와이번스의 우완 강속구 투수 앙헬 산체스(29)가 결정적인 순간 무너졌다.
SK는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2018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1-0으로 앞선 7회초 산체스를 투입했다.
선발 김광현의 투구 수가 90개에 불과했지만 트레이 힐만 감독은 미련 없이 산체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광현이 앞서 플레이오프 1, 5차전에서 막판에 무너진 경험에 따른 학습 효과가 작용했고, 또 충분한 힘을 비축한 산체스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던졌던 산체스는 2차전에는 등에 불편함을 느껴 출전하지 못했다.
3차전에는 외국인 선수는 한 경기에 2명만 출전해야 하는 규정 탓에 쉬었다.
전날에는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돼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산체스에게 최소 2이닝 정도 맡길 계획"이라며 "3이닝까지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3이닝까지 계산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산체스는 7회초를 공 8개로 간단히 틀어막았다.
힐만 감독이 공언한 대로 산체스는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 백민기에게 초구에 중전 안타를 내줬다.
정규시즌에서 산체스는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확연히 다른 투수였다.
그때의 약점이 되살아났다. 산체스는 허경민이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했음에도 좀처럼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 넣지 못했다.
허경민은 풀카운트까지 볼 카운트 싸움이 이어지자 강공으로 전환해 유격수 깊숙한 방면으로 타구를 날렸다.
유격수 김성현이 정확하게 2루에 공을 던져 선행 주자는 잡아냈지만, 산체스는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 타자는 좌타자 정수빈, 그다음 타자 역시 좌타자 최주환이었기에 좌완 불펜 김태훈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SK 벤치는 산체스에게 승부를 맡겼다.
결과는 아쉬웠다.
정수빈은 볼 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산체스의 4구째 한가운데 직구(153㎞)를 힘껏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겼다.
배트를 극도로 짧게 잡는 정수빈은 산체스의 주 무기인 직구만을 노리고 있었던 듯 정확한 타이밍으로 극적인 홈런을 터트리고 승부를 뒤집었다.
불펜 최고의 무기가 힘을 잃은 SK는 반격에 실패하며 1-2로 패했다.
산체스가 7회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았을 때만 해도 눈에 아른거렸던 한국시리즈의 패권이 이제는 2승 2패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실 SK 불펜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필승카드로 자리 잡은 산체스와 김태훈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정규시즌 후반기 구위 저하에 시달렸던 산체스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변신해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였다.
김태훈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김태훈은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자책점이 없다.
하지만 불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그만큼 리스크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불펜 카드가 계속 적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김태훈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워낙 자주 사용했기에 SK는 김태훈을 최대한 짧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고민 끝에 힐만 감독은 산체스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기려고 했지만 그 결과는 SK의 계산을 크게 빗나갔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