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이 터지자 뉴델리 초미세먼지 74→1990 '껑충'
디왈리 시즌 최악 대기오염 '주범'은 폭죽…인도 정부 단속에도 마구 터트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 힌두교 최대 명절인 디왈리 축제가 시작되면서 현지 대기 상태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8일 오전 한때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인도 공기질지수'(AQI)가 최대치인 '999'를 찍기도 했다.
그렇다면 디왈리 폭죽이 뉴델리 대기오염에 어느 정도나 치명적인 것일까. 며칠 폭죽을 터뜨린다고 해서 과연 공기가 그렇게 심각하게 나빠지는 것일까.
9일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 경기장 인근 대기오염 수준을 측정한 결과 7일 오후 5시 74㎍/㎥이던 PM2.5(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수치가 8일 오전 1시 1천990㎍/㎥로 약 27배나 껑충 뛰었다.
이 지역 PM2.5 농도는 8일 오후 1시가 돼서야 183㎍/㎥로 내려갔다.
이 같은 사정은 뉴델리 내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했다.
힌두스탄타임스가 인도 환경당국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8일 새벽 뉴델리 곳곳의 PM2.5 수치는 한때 1천500∼3천㎍/㎥까지 올라갔다.
특히 뉴델리 북부 와지르푸르의 이 수치는 7일 오후 6시 73㎍/㎥에서 8일 오전 2시 4천659㎍/㎥로 순식간에 약 64배나 치솟았다.
인근 주(州)의 논밭 태우기나 노후 차량의 매연 등도 뉴델리 대기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적어도 디왈리 축제기간에는 폭죽이 단연 스모그의 주범인 셈이다.
BBC방송은 디왈리 시즌의 대기 상황을 연구한 보고서를 인용해 디왈리 폭죽이 이 시기 대기오염에 통계적으로 확실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인들이 디왈리 축제에 쓰는 폭죽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폭죽 크기가 한국산보다는 훨씬 크고 각 폭죽에 많은 양의 화약이 꽉꽉 담긴다.
더욱이 이 같은 폭죽 대부분은 여러 개가 줄줄이 매달려 연쇄적으로 터진다. 불꽃은 웬만한 성인의 키를 넘어설 정도로 치솟는다.
이 과정에서 화약은 물론 폭죽을 감싼 조악한 화학 물질까지 함께 타면서 엄청난 먼지가 발생한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올해 디왈리 축제에 뉴델리에서만 5천톤(t)의 폭죽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양은 PM2.5 기준으로 150t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물론 인도 정부는 폭죽을 마구 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디왈리 때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친환경 폭죽'만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 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유해 폭죽'을 무차별적으로 터트려댔다.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축제로 인도인들은 디왈리 때 더 많은 빛을 밝히면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이코노믹타임스는 "정부의 단속에도 올해도 작년과 같은 양의 폭죽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올해 공식적인 디왈리 축제기간은 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이다.
하지만 디왈리가 끝나도 최악의 스모그는 한동안 지속한다.
이 시기는 뉴델리 주변의 대기가 정체되는 때라 오염물질이 주위로 흩어지지 못하고 상공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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