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신입생 배정 중단' 청원까지…"부정행위 반복 우려"
"지원자만 다니도록" 요청…전례없는 일로 가능성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핵심 피의자인 전 교무부장 A(53)씨가 구속되면서 '숙명여고에 신입생 강제배정을 하지 말자'는 요구가 등장했다.
7일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을 보면 사흘 전 올라온 '숙명여고로 강제배정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이날 오후 4시까지 25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9일 후기고(일반고·자공고) 진학설명회가 시작되는 등 본격적인 고교입시 철이어서 해당 청원은 앞으로 더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청원자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학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같은 부정행위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에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숙명여고에는 지원한 학생만 배정하고 강제배정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에 따라 3단계로 일반고 신입생을 배정한다.
학생들은 1단계에서 전체 후기고 가운데 2곳을 골라 지원한다. 2단계에서는 거주지 일반학교군에 속한 학교 2곳에 지원이 가능하다. 신입생 모집정원의 60%가 1단계와 2단계에서 진학할 학교가 결정된다.
1단계와 2단계에서 학교를 배정받지 못한 학생은 3단계에서 거주지 학교군과 인접한 학교군을 묶은 '통합학교군' 내 학교에 임의배정된다. 소위 '뺑뺑이'이다.
물론 교육청이 아무 학교에 무작정 학생을 배정하는 것은 아니다. 통학시간과 함께 1단계와 2단계 지망을 반영한다.
그간 숙명여고에 '비지원자'가 진학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단계 임의배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1단계나 2단계에서 숙명여고를 지원한 경우로 전해졌다.
숙명여고에는 '일반고 1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일반고 사이에 등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신 경쟁이 치열해 '각오'한 학생만 진학한다는 것이 교육계 평가다.
실제 숙명여고에 학생배정이 중단될지는 미지수다.
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학교에 학생배정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결정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 고교선택제가 도입된 2010학년도 이후 교육청이 특정 학교에 학생을 배정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청이 특정 학교 학생배정을 중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기초부터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문제유출이 사실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여러 정황이 나왔고 핵심 피의자가 구속되긴 했지만, 행정기관인 교육청이 '학생배정 중단'이라는 처분에 나설 정도로 문제유출이 명백한 사실로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다만 숙명여고 학생배정 중단 청원이 교육감이 답변해야 하는 정도의 동의를 받는 등 여론이 심화하면 교육청도 이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청원은 '시민청원'에 해당해 청원이 올라오고 만 30일째인 내달 4일까지 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교육감 답변대상이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두 번째 임기 청사진이 담긴 백서 발간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숙명여고에 신입생 강제배정을 말아 달라는) 요구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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