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EU상의, 시진핑 박람회 연설 작심비판 "개방 약속 공허해"
"구체적 정책이나 시간표 없이 약속만 남발" 비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수입박람회 개최를 통해 세계 각국에 시장 개방을 선전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노력에 유럽 기업들이 찬물을 끼얹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전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논평을 올려 시 주석의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해서 견지하면서 시장의 문을 더욱 활짝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개방의 대문은 닫히지 않고 더욱 크게 열릴 것"이라며 앞으로 15년간 각각 30조 달러, 10조 달러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해 시장 개방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중 EU 상의는 논평에서 시 주석의 이러한 약속이 공허하게만 들린다고 비판했다.
주중 EU 상의는 "시 주석의 국제수입박람회 연설 중 많은 내용은 지난 4월 보아오 포럼 연설에서 나온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며 "구체적인 정책이나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러한 약속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유럽 기업들은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하이난(海南) 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개방을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하며 호혜 공영의 개방 전략을 굳건히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중 EU 상의는 교육, 의료 서비스 등에서 외국인 투자제한을 철폐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중국 내 모든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약속은 절대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자유무역구를 확대하겠다는 시 주석의 약속에 대해서도 "외국 기업이 자유무역구에서 영업하면 결과적으로 자유무역구 밖의 소비자들과 격리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개방 확대 정책의 좋은 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중 EU 상의의 이 같은 반응이 중국의 개방 약속 남발에 지친 유럽 기업들의 실망감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중국 전문가 조지 매그너스는 "무역전쟁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갈수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개혁개방의 가속화라는 덩샤오핑의 정책을 물려받은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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