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눈치? 경제적 이익? 美 이란 제재에 고심 커지는 유럽
유럽 일단 "이란 핵합의 계속 이행" 입장 내놔
제재 피하면서 이란 도울 'SPV' 결제체계 구상은 진전 못 거둬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하자 경제적 이익과 대서양 동맹 사이에서 유럽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은 일단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이란 핵 합의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핵 합의는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유럽연합(EU), 이란 등이 체결한 다자협정이다.
이란 핵 합의를 자국의 국익에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유럽으로선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하지 않을 묘안을 모색해왔지만, 진척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 등은 지난 2일 공동성명을 통해 예고된 트럼프 정부의 제재 전면 복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국제적 합의를 존중하고, 공동의 국제 안보에 관한 사안으로서 우리는 여전히 이란 핵 합의 이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측면에서 이란이 건설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이란의 핵 합의유지를 당부하는 취지의 언급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른바 특수목적법인(SPV) 설립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1단계 제재를 취하자 미 정부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이란이 핵 합의에 남도록 하는 방안으로 SPV를 구상했다.
이란의 원유·가스 수출대금을 이란의 수입대금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의 결제 체계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지는 이란에 핵 합의를 계속 이행해달라고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 이 SPV를 자국에 두겠다고 나서는 유럽 국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본격적인 제재 가동에 따라 현실적으로 유럽의 이란과 교역규모가 20% 내지 30% 정도로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유럽 관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과 거래하는 유럽의 거대 기업들이 제재 위반을 피해 이미 이란에서 철수했거나 철수 중이기 때문이다.
벨기에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지낸 컨설턴트 스테파노 스테파니는 교역규모를 40% 정도만 유지해도 낙관적이라는 게 유럽 관리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유럽과 트럼프 정부 간 이슈들 가운데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는 게 이란 핵 합의다. 여기서 유럽은 적극적으로 미국에 반해 움직이면서 사실상 러시아, 중국, 이란 등과 한 편에 섰다.
스테파니는 "대서양 (동맹) 관계에 엄청난 긴장"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유럽이 단일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기존 태도를 지킬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시선이 유럽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덴마크와 프랑스에서 발생한 이란 배후 암살 시도 등이 유럽의 단결을 깰 수 있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말 덴마크 정보당국은 이란 정보기관 요원들이 자국에 거주하는 3명의 망명자를 대상으로 암살을 감행하려 해 이를 저지한 사실을 발표했는데 라르스 뢰케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하고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이 사안에 대한 유럽의 공동 대응이 오는 19일 열리는 EU 외무장관회의 안건으로 오른 상태다.
프랑스 당국도 지난 6월 말 파리의 이란 반체제단체 행사를 겨냥한 폭탄테러 음모사건의 배후에 이란 정보부가 있다고 지난달 초 결론 내렸다.
프랑스-이란 친선그룹을 이끄는 프랑스 집권여당 소속 의원 델핀 오 의원은 이란 내무장관을 포함한 이란인들에게 제재를 부과했다면서 프랑스의 반응은 조용했지만 엄중했다고 전했다.
엘리 게란마예 유럽외교협회(ECFR) 선임연구원은 덴마크와 프랑스에서 이란의 테러 기도가 "유럽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리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지만 (이란 제재) 완화를 향해 더 나아가는 태도를 약화할 것은 분명하다"고 관측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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