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데뷔앨범도 파가니니…"'인모니니' 별명 감사"
DG 통해 파가니니 24개 카프리스 실황음반 발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 전곡을 연주할 때마다 계속 새로움을 느껴요. 할수록 연주용 곡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점점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는 5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린 파가니니의 초인적 곡들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가 '인간적'으로 느낀다는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는 사실 '비인간적'인 연주기교가 총망라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워낙 연주가 어렵고 구성이 복잡해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작곡했다는 풍설이 있기도 하고, 연주곡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서커스나 연습곡이라는 선입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양인모는 파가니니를 두려워하기는커녕 파가니니로 음악계 주목을 받는 연주자다.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이자 9년 만에 배출된 우승자인 그는 국내외에서 올해만 3차례 카프리스 전곡 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된 데뷔 앨범도 지난 5월 금호아트홀에서 연주된 카프리스 전곡 연주 실황을 녹음한 것이다.
"저와 파가니니 관계는 다른 연주자들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콩쿠르나 실기시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이기 때문에 많은 연주자가 좌절을 느끼고 싫어하죠. 그러나 제게 파가니니는 어린 시절부터 각별한 존재였어요. 7살 때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낀 그 희열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이 곡에 담긴 다채로운 표현과 빠른 속도에 매료된 어린 소년은 카프리스 음반을 들으며 바이올린 연습에 더 매진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작곡가에 대한 애정은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으로 이어졌고, 이후 작곡가와의 돈독한 관계는 더 깊어지고 있다.
그는 콩쿠르 우승 특전으로 파가니니가 실제 사용한 바이올린을 연주할 드문 기회를 누렸고, 파가니니 고향인 이탈리아 제노아에도 여러 번 다녀왔다.
"제노아 곳곳에서 파가니니 흔적을 느낄 수 있어요. 호텔 로비에서도 파가니니 곡이 흐르고, 성당 앞을 지나도 '파가니니가 다녀간 곳', '파가니니가 연주한 곳'이란 흔적이 남아있죠. 파가니니 곡이 기교적인 화려함을 넘어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제 연주 속에도 담겼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파가니니 곡에서 점점 여유와 자유도 느끼고 있다.
"파가니니가 이 곡을 왜 작곡했는지 아무도 몰라요. 작곡가가 청중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한 적도 없죠. 처음엔 악보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점점 저만의 아이디어로 새롭게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커져요."
이런 양인모에게는 아예 '인모니니'(파가니니와 양인모의 이름을 반씩 섞은 것)란 별명까지 따라 다닌다.
가야 할 길이 먼 젊은 음악가에게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란 수식어가 제약이나 한계로 작용하진 않을까.
그는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인모니니'란 별명이 싫지 않다. 오히려 감사하다"며 웃었다.
"제가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으로 알려진 게 사실이니까요. 이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다른 레퍼토리도 늘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파가니니만큼 슈만 작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슈만이 많은 바이올린 작품을 남기진 않았지만 작곡가와 제가 심리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느낍니다."
젊은 음악가다운 자유분방함도 엿보인다. 영국 출신 세계적 록밴드 '라디오헤드'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라디오헤드와 비슷한 사운드 곡을 작곡하는 일이 취미다. 최근엔 재즈를 많이 듣는다.
"물론 클래식을 집중적으로 하고 싶지만, 클래식만 하고 싶진 않아요. 대중음악 등 여러 장르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려 해요. 물론 다른 장르 음악을 할 땐 아마 가명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한편, 그는 오는 15일 금호아트홀에서 1998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 일리야 그린골츠와 듀오 연주회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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