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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사회, 가족에 대한 불안한 상상 '나의 노열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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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사회, 가족에 대한 불안한 상상 '나의 노열패밀리'
백지영 작가 첫 장편소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안되겠다. 이놈의 동네 당장 떠나야지."
젊은 시절 처자식을 버렸던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나타나 아버지에게 남긴 거액의 유산 덕분에 세진이네는 '졸부' 코스를 밟는다.
아버지의 볼품 없던 그릇공장에서 백화점에 납품하고 미국에 수출하고 공장을 증축하고 공장 부지로 사둔 땅까지 폭등하면서 세진이네는 나날이 번창한다.
명성자기 대신 로얄자기 간판을 내걸면서 세진이네는 그 맛난 짜장면도 끊고 스테이크를 먹으며 로얄집, 로얄가족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렇게 하나둘 과거를 지우고 진정한 일류가 되기 위해 회장동네로 이사를 떠난다.
촌스러운 파마머리에 보풀 인 스웨터, 짜장면을 버리지 못하던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등장한 경숙 언니와 세련된 요리사 새엄마로 인해 세진이네의 가정사는 한층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백지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나의 노열패밀리'(미래문 펴냄)는 로열패밀리를 되기를 꿈꾸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꿈을 이루기 쉽지 않은 '노(no)열 패밀리'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그동안 우리는 늘 명성자기로 불렸다. 시장 사람들은 엄마를 명성집으로 불렀고 학교에서 나 또한 명성이나 명성자기로 불렸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명성집이 아니며 로얄자리로 바꿔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부탁했다. 말뿐이 아닌 엄마가 시장 아줌마들에게 로얄집으로 불리기 위해 산 배추와 무가 한 트럭은 됐다. 나도 로얄자기로 불리기 위해 수많은 쭈쭈바와 떡볶이를 샀다."(22쪽)
모두가 욕망하지만 허울뿐이고 실체가 없는 그것. 로열패밀리는 그래서 더 이루기 어렵다.
이건 일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일류 회사에 취직하지 못해 기죽어 사는, 일류가 되기 위해 기를 쓰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07년 등단한 저자는 첫 소설집 '피아노가 있는 방'(휴먼앤북스 펴냄)에서 형식 파괴를 통한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충실히 반영하는 근대소설의 모험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에서도 저자의 장기인 안정적인 서사구조 위에 한 가족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문학평론가인 서경석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풀이한다.
254쪽. 1만3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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