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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년 지도가 말하는 사실 "남중국해는 상인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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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년 지도가 말하는 사실 "남중국해는 상인의 바다"
중국사학자 티모시 브룩이 쓴 '셀던의 중국지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영국 옥스퍼드대 보들리안도서관 지하 수장고에서 가로 96.5㎝, 세로 160㎝ 크기 벽걸이 지도 한장이 2008년 발견됐다.
영국 법률가 존 셀던(1584∼1654)이 많은 책과 함께 옥스퍼드대에 기증한 지도로, 한동안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유물이다. 셀던은 이 지도를 '중국지도'라고 명명했으나,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지리 정보가 담겼다.
신간 '셀던의 중국지도'는 저명한 중국사 연구자인 티모시 브룩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이 지도가 만들어진 시기와 제작자, 지도에 투영된 사상을 하나하나 추적한 추리소설 같은 역사서다.
브룩 교수는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저서를 소재로 강의하면서 17세기 세계무역에 중심이 있었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선원들도 왕래한 남중국해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가 17세기 초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도에서 놀란 점은 오늘날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근거해 만든 지도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정확성이다.
그런데 지도가 정확하게 그려진 지역은 내륙이 아닌 해안이다. 동북쪽에 있는 조선은 중국에 붙은 작은 반도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반도, 보르네오섬, 필리핀에 둘러싸인 남중국해 해안은 상당히 정확하다.
아울러 지도에서 길이 단위 1촌(3.75㎝)은 4노트(시속 7.4㎞)로 항해할 때 가는 거리인데, 이는 전통 중국 범선이 내는 속도와 거의 비슷하다.
저자는 "이 지도에서 중국 부분은 보통의 중국인 지도 제작자가 그리는 방식처럼 핵심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어디선가 베껴온 듯하다"며 "지도를 만들 때 중국보다 해안이 더 중요했다"고 주장한다.
지도 축척이 사용된 양상도 유사하다. 중국 상당 부분과 보르네오·수마트라는 475만분의 1 축척을 적용했으나, 필리핀과 중국 북부는 축척이 240만분의 1이어서 자세하다. 반면 동남아시아 대륙부와 베트남은 축소됐다.
학술서 대신 스토리텔링 형식의 글쓰기를 택한 저자는 당시 동서양 상황을 두루 서술한 뒤 마지막 장에서 제작 시기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다.
저자는 "지도 제작 시기 하한선은 1609년, 상한선은 1607년으로 설정할 수 있다"며 "1608년 무렵 지도가 제작됐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어 "정화(鄭和)의 15세기 항해에 관한 항해지침서를 포함해 다양한 중국 측 항로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제작자는 중국인"이라며 "자바섬 반탐이나 자카르타에서 지도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교한 지도를 만든 목적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지도는 상인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보여주는 순수한 해도(海圖)"라며 "바다 위에 그려진 것(섬)에 대한 관할권이나 영유권을 주장하려고 제작되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즉 쇄국정책을 펼친 명나라 말기에 중국 상인들은 남중국해를 항해했고, 그들이 활발한 교역을 위해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현재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군도)가 셀던 지도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17세기에 이 섬들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셀던 지도는 역사에는 다양한 층위가 존재하고, 지리 인식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자료인 셈이다.
번역은 3년 전 저자를 한국에 초대한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고려대 대학원생인 손고은 씨가 함께했다.
너머북스. 420쪽. 2만8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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