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살인범' 2년전 흉기협박 처벌모면…특수협박죄 뒷북 적용
당시 출동 경찰, 피해자 분리조치만…흉기소지 여부 확인 안 해
특수협박죄 법정최고형 징역 7년…"그때 제대로 처벌했더라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강서구 전처 살해사건' 피의자 김모(49)씨가 2년여 전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고도 처벌을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흉기를 들고 사람을 협박하면 적용되는 특수협박죄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7년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철저히 대응했다면 지난달 22일 피해자 A(47)씨가 김씨에게 살해되는 참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찰과 피해자 유족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며 살인과 위치정보법 위반, 특수협박,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특수협박 혐의는 2016년 A씨가 서울 미아삼거리 인근에 살던 당시 있었던 112 신고와 관련된 내용이다.
A씨가 살해되기 전 남편을 경찰에 신고한 것은 2차례다.
첫 가정폭력 신고가 이뤄진 것은 2015년 2월 15일이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A씨는 이날 경찰에 신고했고 부천 원미서 소속 경찰관은 김씨를 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두 번째 신고는 이로부터 약 1년 뒤인 2016년 1월 1일에 있었다. 당일 A씨 모녀는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 인근 한 거리에서 김씨를 마주쳤다. A씨 모녀는 식당에서 이야기하자며 김씨를 달래 식당으로 들어간 뒤 주인에게 '전 남편이 쫓아와 불안하니 경찰에 신고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유족에 따르면 식당으로 따라 들어온 김씨는 테이블 아래로 흉기를 보여주며 모녀를 협박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김씨를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당시 112 신고는 긴급출동이 필요한 '코드1'로 분류됐지만,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김씨의 흉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 모녀가 김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경찰관들은 A씨가 김씨를 피해 친척 집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도운 뒤 떠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016년 당시 112 신고기록은 남아 있지 않고 근무일지에도 흉기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며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2년이 훌쩍 넘은 일을 정확히 기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김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전 남편과 격리되기를 원해 경찰관이 할 수 있는 조처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흉기를 들고 누군가를 협박했을 때 적용되는 특수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죄)가 아니다.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강서경찰서는 김씨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2년 전 사건에 대한 유족의 진술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김씨를 추궁하자 김씨는 당시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A씨와 함께 김씨로부터 협박을 당했던 A씨의 딸은 강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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