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 병역거부자 71명 구제 어려워…일각선 "특사 필요"(종합)
대법 판단, 확정판결에는 영향 없어…헌재도 처벌조항 합헌 결정
형기 마쳐도 범죄전력 불이익…서울변회, 대통령에 특사 청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대법원이 1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미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이 구제받을 길이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은 물론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사건은 대체로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 고발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역시 대체복무제 도입 때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어 처벌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한 이후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발을 자제해왔다.
관건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형을 집행 중인 경우다. 대법원 판결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겐 이날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결정하면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위헌 결정이 난 법률 조항에 근거해 유죄 확정판결이 난 게 아니므로 재심을 통해 판결을 무죄로 되돌리거나 구금된 데 대한 형사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현재 수감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가석방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통상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1년 2∼3개월가량 형기를 채운 뒤 가석방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 거부 관련 확정판결을 받고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인원은 총 71명이다.
법무부는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조기 가석방과 관련해 "지난 6월 헌재 결정 이후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가석방 요건을 완화해 적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에 이어 대법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만큼 교정당국이 가석방 대상을 선정할 때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유죄 확정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불이익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려면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은 경우 형 집행이 종료되더라도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던 백종건 변호사의 재등록이 최근 거부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을 청원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그동안 입법부와 사법부의 위헌적 판단이 결합한 문제이고, 이미 처벌을 받은 이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 간 처벌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변호를 맡아왔던 김수정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은 정부에서 사면 조치해서 잔여 형기를 대체복무 등 다른 방안으로 채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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