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다시 테이블로…2차 核담판 길닦고 영변사찰로 돌파구 찾나
9일 뉴욕서 열릴 듯…'폼페이오-김영철 라인' 의기투합 재연 주목
2차 북미정상회담 윤곽 나올듯…北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 요구에 美반응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의 내주 개최 시간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은 11·6 중간선거 직후인 내달 9일께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말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담 때에 이어 북미 간 뉴욕 회담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김 부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져 현실화되는 경우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이 다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5개월여 만에 재가동되는 이번 북미 간 고위급 '뉴욕 라인'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한편 한동안 답보상태인 듯 했던 북미 대화가 본격 재개, 빅딜 논의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2차 뉴욕 고위급 회담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나아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려질 전망이어서 미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의 핵심 요소인 사찰과 검증과 관련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북한이 이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연동될 수 있는데다 북미 간 전반적인 주고받기 조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측이 영변 핵사찰 방정식을 풀어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단의 방문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그것은 내 카운터파트와 다음 주 논의할 사항 중 하나"라고 언급, 내주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음을 확인했다.
북미간 협상의 특성상 막판에 일정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측 고위 인사가 8일 뉴욕에 도착해 9일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1차 때 처럼 본회담에 앞서 도착 당일 만찬 회동 등이 있을 수도 있다.
한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미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북미 간 협상 진척도 등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점에서 이번에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이 지난 1차 때에 이어 북미 간 교착국면을 뚫고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길을 닦는 '징검다리'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라인의 실무협상 채널이 아직 가동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말 열린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북미고위급 회담은 한차례 무산됐던 1차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며 김 위원장을 원래 계획대로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로 이어지는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무 늦기 전 만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회담 시기를 '내년 초'로 재확인한 가운데 일단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 등 '실행계획'(로지스틱스)에 대한 조합 맞추기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이번 뉴욕 고위급 채널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빅딜 논의가 어느 정도 진도를 내느냐이다. 북미가 빅딜의 입구를 터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7일 4차 방북 당시 양측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의미있는 접점을 찾을 경우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도 한층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4차 방북 당시 상황을 거론, "김 위원장은 3주 반 전에 만났을 때 미국 사찰단이 두 가지 중요시설을 둘러보도록 허용했다.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사찰단이 북한에 가길 바란다"며 이 문제가 이번 고위급 회담의 논의 주제 중 하나라고 언급한 부분에 워싱턴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그가 가리킨 ' 두가지 중요시설'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직후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의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정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국제 사찰단을 허용한 곳이 어디였느냐'는 질문에 "풍계리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라며 동창리 엔진 시험장에 대한 사찰단 방문 역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다만 영변 핵시설 사찰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것이 없다. 북한과 발표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을 아낀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이미 김 위원장이 '허용'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사찰 계획을 구체화하는 한편, 여기서 나아가 추가로 영변 핵시설 사찰문제까지 매듭지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미 북측이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외에 '플러스알파(+α)'를 견인해야 상응 조치를 제공할 명분도 생길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소식통은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엔진 시험장 뿐 아니라 영변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북한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영구 폐쇄 방침을 적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이 북측에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의 '동시 사찰' 카드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의 외부참관단 방문에 대비한 준비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검증'과 '사찰'은 함께 가는 것"이라며 이는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평양 방문 때에도 제기된 문제라며 북미가 앞으로 이러한 사찰의 '방식과 구성요소'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에서 사찰·검증에 대한 유의미한 '단추'를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 사찰 주체 등도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이 없는 한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며 수차례에 걸쳐 비핵화 시한을 거둬낸 가운데 검증과 사찰문제는 북미 간 지루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사찰 문제를 제재완화와 연계할 경우 이견 좁히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 측이 취할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제재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제재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선(先)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제재의 고삐를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제재 완화를 둘러싼 절충점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제재완화 문제에 우선순위가 밀린 듯 보이는 종전선언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방문 직전에 열릴 것으로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측 인사의 백악관 면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두고 현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 인사를 만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 등이 감안된 '날짜 조율'이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번에는 북측 인사가 워싱턴을 방문하지 않으리라고 보이는 만큼, 1차 방미 때의 '3박4일' 보다는 일정이 줄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미는 고위급 회담 후에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회담 채널을 가동, 2차 북미정상회담 실행계획 등에 대한 후속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고위급 회담→실무협상'의 순으로 조율이 이뤄진 뒤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에서 이를 토대로 북미 정상이 담판에 나서는 프로세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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