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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년] 광화문 '그때 그 사람들'…"달라졌지만 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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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년] 광화문 '그때 그 사람들'…"달라졌지만 더 바꿔야"
촛불 들다 각자 삶의 현장으로…"함께하면 바꿀 수 있단 희망 얻어"
경제개혁·차별철폐·적폐청산 등 과제 산적…"촛불정신 희석"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황재하 기자 =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최대 사건으로 꼽히는 광화문 촛불이 타오른 지 2년이 지난 지금, 당시 광장의 한 자리를 채웠던 이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40대 워킹맘, 광장에서 인연을 만나 가정을 이룬 가장, 20대 페미니스트 작가, 대학원생……. 각자 위치에서 삶을 꾸려가는 이들이 촛불 이후 2년을 돌아봤다.
이들 대부분은 촛불이 만들어 낸 한국사회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일상에서 더 큰 변화를 바라는 기대감과 아쉬움을 지니고 있었다.

◇ 워킹맘 "탄핵은 촛불의 일부…남북관계 변화·돌봄교실 확대 체감"
개인 사업을 하면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오 정(43) 씨는 2016년 후반기를 떠올리며 "촛불집회밖에 기억이 안 날 정도"라고 1일 말했다.
오 씨는 세월호 사건이 자신을 광장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충격이 너무 컸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며 "무력감과 상실감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촛불집회를 통해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대통령을 바꿀 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전 정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도 탄핵이 촛불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오 씨는 "탄핵은 촛불에서 극히 일부분이며 비중은 10% 정도일 것"이라며 "탄핵으로도 뿌듯했지만, 우리가 스스로 판단해서 잘못된 것을 고쳐갈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그 부분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촛불 이후 삶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으로는 남북관계와 자녀 교육을 꼽았다.
오 씨는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유럽과 연결하는 철도사업이 곧 시작된다고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유럽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을 꿈꿔왔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부분"이라고 기대했다.
또 "학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워킹맘들은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애가 갈 곳이 없다"며 "초등 1∼2학년에 한정됐다가 6학년까지 확대된 돌봄교실도 피부에 와 닿는다"고 전했다.
촛불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기대만큼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 씨는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하는 건 쉽지만, 잘못된 것을 고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 정부 1년 반이 지났는데, 과거 10년간 전 정부들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엔 모자란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사이판 태풍 사태 같은 경우를 보면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던 국민을 위해 군 수송기를 파견하는 등 정부가 노력하는 것 같다"며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 '촛불 인연'으로 가정 꾸린 40대 "아기 태명 '대선이'…육아 어려움 해결되길"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광장은 신 모(43) 씨에게 가족을 이루게 한 소중한 인연의 장소다. 촛불 집회를 지켜보며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고, 과거 함께 집회 현장을 누비던 후배에게 오랜만에 연락해 소회를 나눴다.
같은 과 학생회장이었던 신 씨와 총무부장이었던 후배는 20년 만에 함께 집회 현장을 찾았고, 20년 지기는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청와대까지 행진하는데 대오를 이탈하면 안 되니까 손을 잡게 됐죠. 그러다 보니까 다음 집회 때는 선후배로 알던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고, 그런 마음이 통해서 20년 지기가 갑자기 그렇게 됐네요."
신 씨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최근 돌을 맞았다. 함께 운동권 활동을 했던 친구가 태명을 '대선'이라고 지었던 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선거를 염원하며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에게 촛불집회 2년이 지난 지금 사회에 만족하는지 묻자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까 육아에 어려움이 많다.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둘째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신 씨는 "정권을 잡고 나니까 (촛불집회의) 정신적인 부분들이 희석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 20대 웹툰작가 "성차별 여전…촛불 이후로도 달라진 게 없어"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박유미(가명·29) 씨는 촛불 이후 현 상황에 대한 점수를 1∼10점 척도로 메겨달라는 말에 "3.5점"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놨다.
박 씨의 불만족 가운데 상당 부분은 우리 사회가 촛불 이후에도 성차별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거의 매주 촛불집회를 찾았다는 박 씨는 "문 대통령은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올해 여성들이 임신중단 합법화나 불법촬영 근절 등 의제로 시위를 많이 했는데 진지한 답변도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물론 정부가 예전보다 잘한 것 같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는 촛불의 힘 덕분에 자신의 삶이 나아진 것은 크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나라는 여전히 여성의 희생으로 굴러간다. 바뀐 것이 없다"며 "디지털 성폭력이나 데이트폭력 등 개념이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은 좋은 변화지만, 그 원동력이 촛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오히려 정권이 바뀌어도 뒤에선 여전히 성폭력을 일삼고 여성의 삶은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여성들이 더 목소리를 내서 그런 의제가 등장한 것"이라며 "촛불이 페미니즘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없다"고 했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도 박 씨가 이런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박 씨는 "당선된 후보 대부분은 남성이고 여성은 극소수였다"며 "(높아진) 여성의 비율만큼 민주주의가 진전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여성이 시민으로서 편하게 살아가게 해달라는 요구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으니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 "경제 민주화, 적폐청산 멀었다" 20대 대학원생들의 외침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대학원생들은 많은 시민이 질서정연하게 의사를 표출함으로써 평화적으로 사회 변화를 끌어낸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후 변화된 사회의 모습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학원생 박래현(27) 씨는 "촛불을 계기로 '모두 모여 한목소리를 내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경제민주화나 적폐청산 요구가 아직 충분히 해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촛불 이후 대학가에서 터져 나온 페미니즘, 채식주의 같은 이슈가 많은데 제대로 된 공론장이 없기는 이전과 마찬가지다. 운동을 이끄는 소수와 그걸 언짢아하는 다수가 대립하는 구도만 반복된다"며 아쉬워했다.
대학원생 조 모(27) 씨는 "촛불집회에 참가했을 때 몇몇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하자 다른 시민들이 '평화시위를 하자'며 자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질서와 평화를 지향했기 때문에 온 가족이 참가할 수 있는 시위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조 씨는 "촛불이 결국 탄핵을 이끌었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면 바꿀 수 있다는 성취감도 느꼈다. 짜릿한 경험이었다"며 "다만 촛불에는 민생 문제 해결에 대한 욕구도 있었는데 현 정권은 경제 부문에서 아쉽다. 촛불정신에 보답하려면 경제 부문에서 더 개혁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jk@yna.co.kr,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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