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역시 억새죠"…탐방객 유혹하는 경주 무장봉
주말 8천명 억새 감상…주차난으로 진입로서 셔틀버스 운행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예전부터 한번 오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정말 예쁘고 좋습니다."
지난 30일 경북 경주 무장산 정상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드넓게 펼쳐진 억새 군락지를 보며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무장산은 1990년대만 해도 경주시민들도 잘 모르는 해발 624m의 평범한 산이었다.
이 산이 유명해진 것은 정상인 무장봉 일대에 있는 억새 군락지 덕분이다. 가을이 되면 계곡 단풍과 정상부 145만여㎡ 땅에서 억새가 흩날리는 장관이 점차 입소문을 탔다.
이곳에서는 바람이 불면 은빛 억새가 동시에 일렁이며 춤을 춘다.
맑은 날에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떨어진 포항 시가지와 동해도 볼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은 억새 사이에서 서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무장산 정상부가 처음부터 억새 군락지였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부터 1996년까지 이곳에서 동양그룹이 운영한 오리온목장이 문을 닫은 뒤 목초지에 억새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 방영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탐방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일반에 억새 명소로 알려진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갈수록 가을 분위기를 느끼려는 등산객이 몰리면서 최근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한 형편이다.
평일에도 탐방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주차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경주시는 탐방객 편의를 위해 가을에는 마을 진입로에서 아예 교통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주사무소는 주말인 27∼28일 무장봉을 찾은 탐방객이 약 8천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산 중턱에는 신라가 통일 후에 무기를 묻었다고 알려진 무장사지가 있다. 현재 무장사지 삼층석탑과 귀부가 남아 있다.
제1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6.5㎞다. 왕복 13㎞지만 계곡 코스로 올라가면 가파르지 않아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능선 코스로 가면 가파르기는 하지만 거리가 훨씬 줄어 조금 더 일찍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물론 정상에서 억새 감상에 정신이 팔리고 사진을 찍는다고 시간을 보낸다면 시간은 늘어난다.
완만한 계곡 길은 목장 운영 시절 소를 운반하던 차가 다니던 길이었다고 전해진다.
산 초입부터 정상 부근까지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일부 탐방객도 있다. 긴급신고 안내판은 있지만 사고가 나도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상에는 휴대전화 전파가 잡힌다.
또 수년 전 태풍으로 유실된 일부 탐방로가 아직 제대로 보수되지 않았고 돌이나 나무가 막은 계곡 다리가 많아 자칫 수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포항에서 온 한 60대 탐방객은 "전국에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 많지만, 무장산도 이에 못지않게 경관이 빼어나다"며 "매년 가을 친구나 가족과 산행하는데 크게 힘들지 않아 다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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