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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퇴진선언 뒤 어깨 더 무거워진 '유럽의 보루'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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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퇴진선언 뒤 어깨 더 무거워진 '유럽의 보루' 마크롱
독일·프랑스, 미 리더십 공백 뒤 자유주의 진영 이끌어온 쌍두마차
마크롱 "메르켈, 유럽의 가치 잊은 적 없어…거짓·선동에 계속 싸우겠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독일과 함께 서유럽 자유주의 진영을 이끌어온 쌍두마차 중 한 축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됐다.
서유럽 핵심국가인 독일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메르켈의 퇴진은 유럽연합(EU)은 물론 세계 정치지형 전반에 불확실성을 크게 드리우는 요소라서 마크롱의 행보에 더욱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작년 대선에서 극우 진영을 누르고 승리해 프랑스가 포퓰리즘의 물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서구 자유주의의 '보루'임을 입증했다.
작년 프랑스 대선에서는 극우 포퓰리스트로 평가되는 마린 르펜이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좌파 포퓰리스트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도 예상외의 선전을 하며 중도좌파 사회당을 눌렀지만, 이 둘을 모두 잠재운 것은 개방경제와 자유무역, 강력하게 통합된 유럽연합, 인권 등의 가치를 들고나온 마크롱이었다.
마크롱은 집권 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등 '스트롱맨'들을 견제할 서방 진영의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집권 후 미국이 전후(戰後) 주도적으로 구축한 자유무역과 개방경제의 굳건한 기조를 스스로 흔들어놓는 등 20세기 서구 자유주의 질서를 수립한 미국의 전통적인 리더십에서 일탈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푸틴은 말할 것도 없이 권위주의적인 성향의 리더십을 더욱 드러내며 서방 자유주의 진영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자임한 서방의 두 지도자가 바로 마크롱과 메르켈이었다.


두 정상은 비록 EU 통합에 대한 세부적 관점에서 약간의 이견을 보이긴 했지만, 언제나 EU의 양대 국가들을 이끄는 합리적 중도 노선의 지도자로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드러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의 사실상 정계 은퇴 선언은 향후 서방 자유주의 진영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를 견제하고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아우르며 합리적인 균형점을 잡아왔던 메르켈의 부재는 서구진영 전체에 뼈아픈 일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021년 9월 메르켈이 총리직을 내려놓은 뒤 유럽에서, 득세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을 어떻게 견제할지, 난민 유입 문제에 어떤 공통의 해법을 모색할지 등과 관련한 무거운 책임은 마크롱에게 더욱 쏠리게 됐다.
트럼프와 푸틴, 그리고 최근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한 극우 진영의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같은 '스트롱맨'들이 세계 정치 흐름을 주도하게 되면 분열의 정치가 가속화되고 합리적 중도온건 노선의 설 자리도 더욱 줄어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메르켈리즘의 퇴조와 트럼피즘의 번성'이라고 CNN 방송은 명명하기도 했다.
메르켈리즘이 퇴조하고 트럼피즘이 번성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자유주의와 개방경제, 세계 평화, 인권 보호, 다원주의, 강력한 유럽연합을 내세운 '마크로니즘'이 얼마나 견고히 영향력을 유지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마크롱은 현재 국내에서 국정 지지율이 30% 선 아래로 추락하며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태다.
집권당이 하원의 과반 제1당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지지율이 계속 바닥으로 추락한다면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마크롱의 중도개혁 노선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늘게 되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에서 좌·우 포퓰리즘 진영이 다시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선에서 마크롱에 필적할 만한 야권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잠재적 주자군에서는 르펜과 멜랑숑 등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마크롱은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에티오피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회견에서 "극우는 프랑스에서도 전력을 다하고 있고, 이는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것이 나를 걱정스럽게도 하지만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켈의 결정에 대해 "그는 유럽의 가치를 잊은 적이 없고, 위대한 용기로 독일을 이끌어왔다"며 경의를 표하고 "극우 득세는 다른 정당이 시민의 분노와 두려움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린 모든 거짓과 선동에 맞서야 하며 민주적이고 믿을 만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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