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0주년…'부실' 꼬리표 떼고 도약 준비하는 충북도립대
고강도 구조조정·릴레이 기부 펼치며 '자율개선대학' 진입
기숙사 증설·졸업생 공무원 특채 등으로 경쟁력 강화 시도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도립대학이 개교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돼 '부실' 꼬리표를 뗀 뒤 기숙사 증설, 졸업생 공무원 특별채용 등 숙원이 하나둘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모양새다.
대학 안팎에서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8년 전국 4번째 도립대학으로 개교한 이 학교는 지난 20년간 저렴한 등록금을 앞세워 농촌지역 고등교육 기회를 넓히는 데 힘썼다.
충북도 성장동력인 바이오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산업현장 맞춤형 인재공급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14년 교육부 특성화 육성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이 대학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졌고, 취업률도 곤두박질쳤다.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국면 전환을 모색하던 상황에서 이 대학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구조개혁 평가 'D등급'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이후 2년간의 성적표 역시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담기구가 들어서 경쟁력을 저해하는 조직 내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한 해 520명이던 입학정원을 460명으로 축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D등급 탈출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다가서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패배주의가 만연했고, '도립'이라는 공신력에도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작년 11월 공병영 총장 취임은 암울했던 분위기를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교육부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부임하자마자 중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10대 혁신방안을 내놓으면서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2020년 취업률 75% 달성, 재정자립 강화, 지역사회 상생 같은 목표들을 쏟아내면서 무기력해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교직원, 동문, 지역사회가 망라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을 펼쳐 8개월 만에 2억원이 넘는 발전기금도 마련했다. 교수회가 첫 기부자로 나서 교육·연구·학생지도비 6천만원을 통째로 내놓은 뒤 동문, 기업인의 참여가 줄을 이은 결과다.
의료전자기기 등 3개과를 폐지하고, 입학 정원을 40명 추가로 줄이는 강도 높은 자구책 등을 쏟아낸 끝에 이 대학은 지난 8월 마침내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하는 감격을 누렸다.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대학을 위해 충북도와 옥천군도 큰 선물을 준비했다.
충북도는 숙원인 기숙사 증설을 위해 440억원 지원을 약속했고, 옥천군은 졸업생 4명을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 대학은 11년 전 기존 창업보육센터 건물을 증축(2∼5층)해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학생(900명)의 30%를 밑도는 263명을 수용하는 데 그쳐 신입생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무원 특채 역시 대학 경쟁력을 한꺼번에 업그레이드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충북도와 옥천군은 2006∼2014년 이 대학 졸업생 42명을 특채했지만,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우수 인력 확보 수단으로 적절치 않다고 평가한 뒤 중단한 상태다.
최근 도내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신입생 유치에 나섰던 공 총장은 "가는 곳마다 공무원 특채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며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저렴한 학비와 더불어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학은 1일 오전 11시 옥천 관성회관에서 개교 20주년 기념식을 연다. 이 자리에서는 명문 평생직업교육대학 성장 등 3대 비전이 선포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충북도립대학교'로 교명 변경도 추진하는 중이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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