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 비준 여야 격돌…한국 "셀프비준 위헌" vs 민주 "적법"
외통위, 외교부 국감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이슬기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6일 외교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비준이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지 않은 '셀프비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한국당이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앞세웠고, 한국당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가 국가 안보 등과 직결돼 있음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국회와 정부, 대한민국 모두가 북한이 '이중적 존재'라서 혼선이 빚어지는 면이 있다"며 "남북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특수한 관계로 그 정신이 남북관계발전법에 표현돼 있다"고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송 의원은 "한국당이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는 반대하면서 남북관계발전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양공동선언 등을 우선 비준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헌법과 남북관계발전법에 근거해 판문점선언은 재정부담과 입법사항이 수반되는 합의이므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평양공동선언은 그런 부분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국무회의를 거친 비준은 합당하다"며 정부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정부 입장이 그러하므로 국회 비준동의 없이 국무회의를 통해 비준한 것"이라며 "헌법과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고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군사합의서를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셀프비준한 건 분명 위헌으로, 국회를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영토권 관련 문제는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게 비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사실상 조약에 해당하는 내용과 형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북한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북한이 국가냐, 아니냐로 논쟁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은 판문점선언은 '조약'이 될 수 없으므로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판문점선언 비준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평양공동선언 비준은 잘못됐다고 했다.
박 의원은 "판문점선언의 부속합의서에 불과한 평양선언을 먼저 비준한 것은 법률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어 공포하는 것과 같다"며 "판문점선언을 모법 개념으로 보고 평양선언을 비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감에서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했던 '정부 의견서'를 오는 30일 대법원 최종 선고 전에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근혜정부 시절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담긴 외교부 문서가 대법원 선고 내용에 포함되면 일본이 추후 악용할 소지가 있는 만큼 의견서 철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심재권 의원은 "외교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가담한 상황이 밝혀진 이후 외교부의 대응 태도가 미흡했다"며 "단순하게 수사 중이니 그 결과를 보고 뭔가를 하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도 "한국 외교부 장관의 의견이라고 인정할 수 없이 치욕적이고 매국적인 내용"이라며 "이 외교부 문서가 공식 문서로 남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처음에 "지금으로서는 전임 정부 외교부가 낸 정부 의견서를 철회한다거나 의견서를 새로 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가,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유념해서 적극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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