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한국 여행객들 "태풍에 생지옥 같은 밤"
공항 폐쇄로 1천여명 발묶여…호텔 물난리에 정전ㆍ단수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은경 기자 = 제26호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 현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우리 여행객 1천여 명이고 오도 가도 못하며 호텔 등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사이판공항이 24일부터 폐쇄됐으며, 현재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한국인 여행객이 현지에 1천 명가량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은 태풍이 지나간 사이판 현지 상황이 '생지옥'이라며 귀국 방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 사이판공항 다음 달 25일까지 폐쇄…괌 노선도 일부 결항
티웨이항공은 26∼28일까지 항공기 운항이 결항해 자동 발급이 불가하며 사이판 노선은 다음 달 25일까지 사이판공항 폐쇄로 항공기 운항이 불투명하다고 안내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태풍 위투로 사이판공항의 주요 시설이 피해를 봐 공항 정상화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운항 재개 여부는 확인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재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날 고객들에게 사이판 노선과 일부 괌 노선까지 결항한다고 공지했다. 괌 노선은 에어서울도 결항 상태다.
제주항공 측은 "운항 재개 여부는 사이판공항 사정에 따라 재공지할 예정이니 해당 노선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사전에 실시간 항공운항 현황을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진과 태풍 등 기상으로 항공편이 지연, 결항하면 수수료 없이 1회에 한해 여정변경과 취소가 가능하므로 구매처로 연락하고 탑승일 이후에도 취소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 사이판 현지 상황 '최악'…귀국 방안 없는데 호텔비는 천정부지
현지에 발이 묶인 우리 여행객의 실종, 사망, 부상 등 피해 접수는 아직 없지만, 정전과 단수에 호텔 등을 구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천재지변이어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행객을 호텔로 다시 안내해 기다리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판 현지 상황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여행객은 정원의 나무가 뽑힐 정도로 태풍의 위력이 강했다며 호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비상계단으로 오르내리는 등 전날 밤이 생지옥이었다고 인터넷 등을 통해 전했다.
한 여행객은 "길거리 나무들은 대부분 꺾였고 호텔의 경우 저층은 물난리가 난 상태다. 지금 호텔은 단수에, 정전에, 인터넷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호텔 등 숙박업체가 내일부터 매우 비싼 가격으로 비용을 내세우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태풍이라는 재난 상황으로 추가비용까지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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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항공사들은 사이판공항이 다음 달 25일까지 폐쇄된다고 알렸지만, 여행사들은 공항 폐쇄가 한 달까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사이판은 섬 규모가 작아 태풍이 연속적으로 오지 않는 이상 다음 달까지 공항을 폐쇄할만한 이유가 되나 모르겠다"라며 "공항이 마비되거나 피해가 많이 발생한 거라면 모르겠으나 미리 한 달까지 폐쇄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태풍으로 여행지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오래 폐쇄하기는 어렵고 공항에 안전 관련 이슈가 있을 수 있다"며 "관광객은 다른 방법을 통해 귀국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지진 발생 당시 여행지 관광은 가능했으나 침수 등으로 공항 폐쇄가 길어졌다"며 "사이판도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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