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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관리 21명 비자 무더기 취소…트럼프 "사상최악 은폐"(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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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관리 21명 비자 무더기 취소…트럼프 "사상최악 은폐"(종합2보)
카슈끄지 실종 3주만에 첫 제재…"완전한 대실패, 결코 일어나선 안될 일"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정부 인사들의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실종된 후 21일만에 나온 미국의 첫 응징 조치로, 앞으로 공식적 제재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우디 정부 관리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이들에 대한 비자 취소 조치를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러한 처벌은 미국의 마지막 말(조치)이 아닐 것"이라며 추가 처벌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언론인 카슈끄지를 침묵시키기 위한 이런 종류의 무자비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기존 비자를 취소하거나 향후 비자 신청시 부적격자로 분류한 사우디 정부 인사들의 숫자는 21명으로 구체적인 면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AFP 통신은 해당 인사들이 사우디 정보기관, 왕실, 외무부와 그 밖의 부처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이번 비자 취소 대상자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재무부와 함께 '국제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된 사우디 인사들에게 자산 동결이나 여행 금지 등을 포함한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첫 응징 조치는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이 이날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카슈끄지가 사전 계획에 따라 야만적으로 살해됐다며 '우발적 살해'라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직후에 나왔다.
사태 초기 사우디 정부를 두둔하는 듯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사우디 정부를 겨냥해 "그들의 작전 계획은 매우 나빴고, 그 작전은 형편 없이 수행됐다"면서 "이번 은폐는 역사상 최악의 은폐"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건 첫날부터 완전한 대실패(a total fiasco)였다고 말하겠다. 누가 그들에게 이런 생각을 주입했는지 몰라도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라며 "처형이나 은폐가 있어서는 안 됐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무함마드 왕세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또다시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고 "왕세자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 일은 더 낮은 단계에서 이뤄졌다고 한다"라며 '왕세자 책임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대(對) 사우디 무기 판매중단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자신을 아프게 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판은 더욱 수위가 높았다. 그는 카슈끄지가 칼럼을 기고했던 워싱턴포스트(WP) 주최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카슈끄지 피살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에 대한 폭거"라며 "잔인한 살해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미국인들은 답을 원하며, 우리는 그 답을 받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사우디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의 가치와 국익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나 헤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사건이 발생한 터키를 방문해 물증을 살피는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보고를 청취한 뒤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터키를 방문한 해스펠 국장은 터키 당국이 확보한 카슈끄지 살해의 오디오 증거를 청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의 잔혹 살해 정황을 담은 오디오 등 증거를 확보하고 언론을 통해 내용을 흘리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 정부와 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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