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주멕시코 美대사 "트럼프시대 혼란 극심"…외교정책 작심 비판
NYT 기고 "나프타 탈퇴통보 지침도 못받아…동맹 중요성 인식하길"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지난해 5월 돌연 사임한 로베르타 제이컵슨 전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혼란은 "극심했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과정과 미 외교의 난맥상을 비판했다.
제이컵슨 전 대사는 21일 자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주재국 대사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에 대한 나프타 탈퇴 위협 통보와 관련한 어떤 지침도 받지 못한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제이컵슨 전 대사는 2017년 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나프타를 파기하겠다는 의도를 밝혔을 당시 자신은 멕시코 에어쇼에 참석할 예정이었다면서 미-멕시코 관계의 가장 핵심 부분인 나프타와 관련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듣기를 기대했지만 "그것은 트럼프 시대에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나프타 탈퇴 계획을 담은 한 장짜리 통지문 초안의 내용을 본국 정부로부터가 아닌 기자들과 멕시코 관리들의 수많은 이메일과 전화 통화를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멕시코 에어쇼에서 엔리크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에게 잠깐 인사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예방했는데 니에토 대통령이 "도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냐. 당신의 대통령은 앉아서 얘기도 해보기 전에 나프타를 탈퇴하려고 하는 것이냐. 그것(나프타 탈퇴)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니에토 대통령에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백악관과 계속 얘기하고 있으며, 냉철한 의견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희망한다'는 것이 다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나프타 협상에 관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틸러슨 장관은 심지어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고위 동료들에게 얘기했지만, 그들도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컵슨 전 대사는 지난 30여 년간 5명의 미 대통령을 보좌했고 당면한 이슈와 관련해 늘 국무부와 백악관의 지침을 받아왔다면서 그러나 "그런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드물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부와 백악관의 단절은 의도적으로 보였으며, 그것은 대사들을 견딜 수 없는 위치에 처하게 하고 동맹국들을 격분시키거나 소외시키고 당혹스럽게 했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초반의 일부 혼란은 정상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하에서는 (혼란이) 극심했다"고 비판했다.
또 나프타를 둘러싼 이 같은 뒷얘기는 "미국의 외교와 국가이익을 훼손하는 혼란스러운 의사결정 스타일을 들여다보는 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우리는 동맹이 필요하고,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를 가장 중요하게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단지 희망할 뿐"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그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멕시코와 나프타 개정 협상을 타결한 뒤 지난달 말 나머지 당사국인 캐나다와도 협상을 마무리 짓고 나프타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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