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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최전선' NDT1, 춤에 녹여낸 시간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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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최전선' NDT1, 춤에 녹여낸 시간과 삶
16년만의 내한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무용수가 바닥에 깔린 흰 가루들을 허공에 뿌리자 먼지나 안개, 보석처럼 보이는 것들이 무대 위를 부유했다. 관객들은 저마다 천천히 떨어지는 흰 가루를 보면서 시간의 더께나 아스라이 사라지는 것들, 혹은 찰나의 아름다움, 추억이나 향수 등을 자유롭게 그려봤을 터다.
지난 19~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이하 NDT1) 내한공연은 철학과 관조의 시간을 선사했다.
혁신과 실험, 창조를 단체 정체성으로 삼는 이들에겐 60년째 '현대무용의 최전선', '현대무용의 나침반'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이들의 춤은 결국 삶과 사랑, 시간과 이별과 같은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무대 위 추상적 이미지와 춤은 관객 저마다의 깊숙한 정서에 구체적으로 호소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이번 NDT1 내한 공연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공연 중 하나로 성사됐다. 16년만의 내한공연인 만큼 무용계 이목이 쏠린 공연이기도 했다.
1959년 창단된 NDT1은 정확한 발레 테크닉과 자연스럽고 감각적인 현대무용을 조화한 안무 스타일로 60년째 무용계를 선도하는 단체다.
이번 내한공연은 단체 대표 작품부터 최신작까지를 감상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연은 현재 무용단을 이끄는 폴 라이트풋 예술감독-솔 레옹 예술고문의 공동 안무작 '세이프 애즈 하우지즈(Safe as Houses·2001)'로 막을 올렸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역경'에서 영감받아 창작한 작품으로 음양(陰陽)이나 흑백이 주요 이미지로 활용됐다.
안무가들은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늘 달라질 수 있다는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곗바늘처럼 회전하는 거대한 흰 벽면이 주요 무대 장치로 활용된다. 이 벽면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을 암시하는 듯했는데, 흰옷과 검은 옷을 입은 무용수들은 그 벽면에 맞서기도, 떠밀리기도 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바흐의 군더더기 없는 음악에 맞춰 '수학' 같이 정교하고 미니멀한 움직임을 보이던 무용수들은 종반부로 갈수록 음양이 뒤섞이듯, 인간적인 감정을 내뿜으며 객석에 여운을 남겼다.
두 번째 작품은 NDT 협력안무가인 마르코 괴케가 안무한 '워크 더 데몬(Walk the Demon)이었다. 지난달 말 네덜란드에서 초연한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보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춤을 감상하는 자리였다.
빠르고 분절적인 동작들과 어두운 조명,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무용수들의 육성이 어우러졌다.
움직임 이면의 목소리 혹은 내면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게 안무가 설명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이 단체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스톱 모션(Stop Motion·2014)'이 장식했다. 이 역시 폴 라이트풋-솔 레옹의 공동 안무작이다.
이별과 변화를 주제로 막스 리히터의 슬픈 음악과 영상을 사용함으로써 비극적이면서도 쓸쓸한 정서를 강조했다.
특히 바닥에 깔린 흰 가루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함께 흩날리며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가루의 궤적과 시간의 흐름, 그에 따른 변화 등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무대 공간 역시 변화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한껏 음울하고 신비로운 정서 속에 빠져든 관객들은 공연 말미에 급작스럽게 아무런 무대 장치도 없는 공연장 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역시 변화와 파괴에 대한 강렬한 정서를 안겨줬다.
공연을 관람한 무용 평론가 심정민은 "NDT1만의 세련되고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춤을 감상할 수 있었다"며 "(이 단체 안무 스타일을 확립한 안무가) 이리 킬리안의 전통을 잘 이어받으면서도 동시대의 감각을 덧입힌 작품들이었다"고 평했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좋은 예술 작품은 결국 삶을 느끼게 한다는 명제를 다시금 떠올렸다"며 "추상적이지만 어렵지 않았고 충분히 공감할 만한 작품들이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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