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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력+전략+정신력' 3박자로 세계랭킹 1위 오른 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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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력+전략+정신력' 3박자로 세계랭킹 1위 오른 켑카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웬만한 성인 여성의 허벅지 굵기의 팔뚝에서 뿜어나오는 강력한 장타와 상황에 따라 클럽을 선택하는 전략,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21일 제주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에서 우승하며 새로운 세계렝킹 1위에 오른 브룩스 켑카(미국)는 3박자를 갖췄다.
2012년 유럽프로골프투어 2부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켑카를 세계랭킹 1위로 밀어 올린 원동력은 물론 투어 최고 수준의 장타력이다.
지난해 평균 비거리 313야드로 장타 부문 8위에 오른 켑카는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는 거뜬하게 날린다.
더CJ컵에서도 켑카의 장타력은 남달랐다.
첫날 10번홀(파4)에서는 뒷바람을 타고 400야드에 육박하는 초장타를 때리는가 하면 2라운드 때 오르막 12번홀(파5)에서는 떠서 날아가는 거리만 312야드를 찍는 드라이버샷을 때렸다.
18번홀(파5·568야드)은 켑카에게 파4홀이나 다름없었다. 2라운드 때 켑카는 165야드를 남기고 두번째샷을 쳤고 최종일에는 170야드에서 그린을 곧장 공략했다.
켑카는 바람이 강하게 분 1라운드에서만 18번홀에서 파를 적어냈을 뿐 2∼4라운드에서는 이글-버디-이글을 잡아냈다.
최종 라운드 때 9번홀(파5)에서 티샷이 살짝 덜 맞자 그린까지 300야드가 남았지만 3번 우드로 그린에 볼을 올리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켑카의 무기는 장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코스에서 14개의 클럽을 다 사용한다. 티샷도 상황에 따라 드라이버, 3번 우드, 3번 아이언을 쓴다"고 말했다.
특히 짧지만 위험 요소가 많은 홀에서는 무리한 공략보다는 파를 지키는 데 주력하는 등 '전략 골프'에 능했다.
최종 라운드 때 그는 드라이버 티샷 한방에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는 353야드짜리 파4홀 8번홀과 14번홀에서는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두번째샷으로 만든 버디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지만 타수를 잃을 수 있는 모험은 피했다.
11번홀(파4·428야드)에서도 그는 나흘 내내 아이언 티샷을 고수했다. 11번홀에 한번도 버디를 잡아내지 못했지만 나흘 내내 파를 적어낸 그는 "11번홀 공략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켑카는 이번 대회에서 그린 플레이도 만점이었다.
켑카 자신도 "샷도 좋았지만 퍼트가 더 좋았다"면서 "꼭 넣어야 할 퍼트를 다 넣었다"고 자평했다.
켑카의 이런 빼어난 그린 플레이 역시 전략에서 비롯됐다. 그는 낯선 제주의 그린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빠르고 정확했다.
그는 "그린의 굴곡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고 그린을 놓쳐도 어디에서 놓치는 게 더 나은지도 알았다. 라운드를 하며 하나씩 홀에 대해 배운 점을 쌓였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특히 강한 정신력이 돋보였다.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는 이유로 경기 도중 순위표를 보지 않은 선수가 많지만 그는 "경기 도중 내 순위를 항상 확인한다"고 밝혔다.
"5시간 동안 코스에 있으면서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는 게 흥미진진하다"는 그는 그러나 "순위를 보고 뭔가 바꾸지는 않는다. 하던 대로 한다"고 말했다.
켑카는 최종 라운드 때 게리 우들랜드(미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다. 공동선두를 두차례나 허용했다.
4타차 선두로 나선 경기가 9번홀을 마쳤을 때 이미 공동 선두로 따라 잡혔다.
하지만 켑카는 "한번도 내가 주도권을 잃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강심장을 과시했다.
그는 "부담감은 두려움에서 온다. 샷의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핀에 얼마나 가깝게 붙일지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기 스타일을 '원시인 골프'(caveman golf)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하다. 볼을 치고, 그 볼을 찾아서 또 친다"고 설명했다.
켑카는 지난 5월 포트워스 인비테이셔널 때 "아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승자) 저스틴 로즈가 잘 했지만 우승 경쟁을 하며 조금씩 내가 원하는 플레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골프에 새로운 눈을 떴다는 얘기다.
최근 치른 11개 대회에서 3승을 따내는 상승세를 탄 켑카는 세계랭킹 1위를 오래 지키겠다는 의욕도 감추지 않았다.
"특별히 뭘 바꾸지는 않겠다"면서 "하던 노력을 유지하며 골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한 켑카는 "다음 주 세계랭킹 1위로서 맞는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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