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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한 적도 없는데"…노사가 임금피크제 대상자 임금 '싹둑'
무효 진정 제기했으나 "구체적인 규정 없어 위법 근거 없다" 결론
진정 제기 노동자 "노조는 굴욕적 합의, 근로감독관은 직무유기" 비판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비조합원 신분으로 임금피크제 대상인 노동자의 동의 없이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 합의서'를 체결했다면 이를 무효로 할 수 있을까.
최근 강원도 춘천의 한 공공기관에서 이 문제로 노동자와 노동조합 간 '노노 갈등'이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기관에 근무하는 A(59)씨는 지난 8월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임금피크제 도입 합의서 무효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 등에 따르면 그가 다니는 기관의 노사는 2015년 12월 17일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그러나 A씨 등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노조에 협상권을 위임하지 않았고, 노조는 합의서 체결 전 비조합원은 물론 조합원에게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어떠한 설명이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A씨 등은 합의서 체결 이후에도 노사 양쪽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합의로 3급 이상이었던 A씨의 임금은 2017년부터 30% 줄었다.
반면 4급 이하 직원은 20%를 삭감해 A씨의 임금삭감률 폭이 컸다.
타 지역의 비슷한 기관을 살펴봐도 A씨가 다니는 기관의 임금삭감률이 가장 높았다.
A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협상에 임해야 할 노조가 왜 이런 굴욕적인 협상을 체결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비노조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을 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있어 절차상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고 판단한 A씨는 이를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달랐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은 3급 이상 근로자 임금삭감률이 4급 이하 근로자보다 높게 설정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특정 근로자에게만 불이익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 있어 비조합원인 A씨에게 공식적인 설명과정이나 의견수렴 과정은 확인되지 않지만, A씨를 포함한 임금피크제 대상자 4명 중 2명이 협상 당시 사용자 측 위원으로 참여해 의견전달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률에는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규정이 없어 의견수렴이나 동의 절차가 없었음에도 이를 위법으로 볼만한 근거가 없다며 내사 종결했음을 최근 알려왔다.
A씨는 "협상권을 위임하거나 합의서 체결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인데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근로감독관은 주관적 판단으로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는 잘못된 결과를 내놨다"고 반발했다.
또 노사 협상 시 사용자 측 위원은 비공개인 탓에 의견전달을 할 수 없는 데다 관련 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다면 이를 보완해야지, 관련 법 미비를 근거로 법 위반 사항이 없다는 결론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진정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 등 2명을 상대로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 고용노동부 본부 등에 진정을 냈다.
A씨는 조사 과정부터 공정하지 못했다는 정황을 들어 두 사람의 직무유기를 주장하며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한편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 집행부 3명을 상대로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검찰에 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인정하지 못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임금피크제는 당시 노조가 A씨의 동의를 받고 합의해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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