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소멸시효 중단' 확인소송 허용 판결
"복잡한 이행소송 문제 해결 위해 필요"…대법관 7대 6 의견으로 결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법원 확정판결로 얻은 채권이 시효 때문에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내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다 채권이 소멸하는 일을 막으려면, 기존에는 채권이 있는지부터 다시 따지는 '이행소송'을 냈어야 했지만 시효를 중단시켜달라는 '확인소송'을 통해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원모씨가 남모씨를 상대로 빌려간 1억6천만원을 갚으라며 낸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대여금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씨는 1997년 남씨를 상대로 빌려간 1억6천만원과 지연이자를 갚으라며 소송을 내 2004년 승소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남씨가 돈을 갚지 않자 채권 소멸시효를 앞둔 2014년 11월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은 "2004년 승소판결에 따라 남씨는 원씨에게 1억6천만원과 지연이자를 갚아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종전에 허용되던 이행소송 외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할 것인지 아닌지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원고승소에는 대법관 전원이 동의했지만,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7대 6으로 의견이 갈렸다.
다수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7명은 "청구권의 실체적 존재 여부와 범위까지 다시 심리해야 하는 '이행소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로운 확인소송은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관해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라고 판단했다.
또 "채권자는 이전 판결이 확정되고 적당한 시점에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그 시기는 판결이 확정된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할 것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기존에는 채권을 이행하라는 소송(이행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는데, 대법원은 복잡한 이행소송 대신 단순히 채권을 이행하라는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소송(확인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순일·박정화·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확인소송으로서의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재형 대법관도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입법을 통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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