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조례] 연말 무분별한 보도블록 교체 제주서도 "안돼"
도의회 조례 제정…5년마다 주민 의견토대로 정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연말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보도블록 교체공사다.
언뜻 보기에도 한참을 더 쓸 수 있는 보도블록을 갈아엎고 새것으로 교체공사를 하면, 시민들이 오가는 데 불편을 느낄 뿐만 아니라 교통체증과 예기치 못한 각종 사고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또 예쁜 거리를 만든다며 인도마다 다양한 모양과 문양의 블록으로 교체하지만, 그렇다고 지역적 특수성이나 통일성을 고려한 것도 아니어서 예산만 낭비한다는 시민들의 원성을 사곤 했다.
인도가 훼손됐다면 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보수공사가 연말에 집중되고, 훼손된 부분만이 아닌 한 구역 전체를 통째로 갈아치운다면 이상한 일이다.
'보도블록 교체'로 상징되는 연말 밀어내기식 예산집행 관행이었다.
다 쓰지 못하고 남는 돈, 즉 예산 불용액을 처리하기 위해 연말이면 온갖 공사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과거 10여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됐음에도 고쳐지지 않자 지자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전시는 올해 조례를 만들어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시민 감시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고, 충북 제천시는 내년 보도블록 정비 예산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편성해 돈줄을 움켜쥐었다.
경남 통영시는 4년 전에 '통영시 보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 긴급공사를 제외하고 실시 연도가 10년 이내일 경우 보도블록 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제주에서도 관련 조례가 등장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8월 2일 김경학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보도의 정비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에게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도에서 관리하는 보도의 정비·관리에 관한 기본방향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5년마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토대로 보도공사와 정비 시행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는 보도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보도를 정비할 경우 보도시설의 전면 교체를 최대한 억제하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도 배려하도록 했다.
보도시설을 교체할 때 발생하는 재활용 가능한 자재의 재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자재를 공공시설과 개인, 단체 등에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시급하지 않은 무분별한 보도 교체공사를 막고 보도용 자재의 재활용 등을 통해 예산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이 조례는 지난 6·13 지방선거로 탄생한 제11대 제주도의회의 1호 제정 조례안으로 기록됐다.
조례안은 2018년 8월 23일 제주도보를 통해 공포됐으며, 전문은 제주도청 홈페이지(http://www.jeju.go.kr) 자치법규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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