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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은 지금] ⑨바다·갯벌을 경작한다…보성 석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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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은 지금] ⑨바다·갯벌을 경작한다…보성 석간마을
올해부터 낙지목장 조성…내년 봄엔 손낙지 풍어 기대
관광 등 6차산업화 도전…"갯벌 효능 입증해 마을 알렸으면"




(보성=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시원하게 펼쳐진 논밭을 지나 달리다 보면 드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듬성듬성 언덕마다 마을이 형성된 전남 보성군 회천면 군농리 석간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은 우리가 상상하는 어촌의 모습 그대로다.
군농리는 1구 5개, 2구 4개 등 모두 9개 마을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이 석간마을이다.
석간 어촌계는 수십 년간 신입 계원을 받지 않다가 계원 숫자가 24명까지 줄어들자 최근 젊은 주민 12명을 새로 받았다.
젊다고 해봐야 대부분 50∼60대. 인구 고령화, 탈어촌 현상의 단면이다.
이 마을의 주요 수입원은 낙지와 새꼬막이다.
봄에는 감자, 여름에는 옥수수·콩·깨, 가을에는 쪽파를 수확한다.
무료 체험으로 갯벌을 개방했지만 관광객 유입은 미미했다.
봄에 많이 잡히는 낙지는 손으로 잡는다고 해서 손낙지라고 불린다.
주변에 풍부한 칠게를 먹이로 자란 낙지들은 무안 세발낙지보다 크다.
개꼬막은 참꼬막과 달리 골이 가늘고 털이 많이 나 있다.
배틀 타고 다니면서 갈퀴나 그물을 이용해 거둬들일 수 있어 참꼬막보다 값이 싸다.
보성·고흥·장흥으로 이어지는 득량만은 과거 '황금 바다'의 명성을 구가했지만, 어족 자원 감소 경향을 피하지 못했다.



마을을 활기 넘치는 어촌으로 바꾸고 싶은 주민들은 어장 관리부터 나섰다.
우선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5㏊ 규모 낙지 목장을 조성했다.
금어기 전인 지난 6월 암수 낙지를 교접시킨 뒤 어미 낙지를 바다에 풀었다.
이렇게 생겨난 낙지들은 현재 10㎝가량 자랐다.
내년 봄이면 어린 낙지가 다 자라고, 바다에 뿌려 놓은 꼬막 종패(씨꼬막)는 성패가 된다.
자연 그대로 수산물을 잡아먹던 어민들은 논과 밭에 씨를 뿌리듯 바다와 갯벌을 '경작'해 봄을 맞이하게 된다.
마을 경제를 살리려면 지자체 등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어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바다로 향하는 진입로가 하나뿐이어서 멀리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줄이는 것이다.
아직 시설이나 여건이 많이 부족하지만 어민들은 장기적으로 관광객이 몰려드는 마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 마을에는 바닷가에서 보기 드문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고 드넓게 펼쳐진 천혜의 갯벌도 있다.
머드 축제로 유명한 충남 대천보다 효능이 뛰어난 갯벌이라고 어민들은 자부한다.
"한주먹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만큼 소중한 보호 대상이다.
인근 마을 어촌계장들은 갯벌 활용 방안을 찾으려고 다른 지역으로 벤치마킹하러 다니기도 한다.
비봉 공룡알 화석지, 한국 차박물관, 율포 해수욕장 등 관광지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오숙자(67) 어촌계장은 "마을 주변 뻘(펄)의 성분을 분석해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가치도 높아지고 홍보도 잘 되겠지만, 어민들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어촌특화사업 등을 통해 분석이 시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계장은 "바닷가 갈대밭 주변에 데크를 설치하면 주민 이동은 물론 관광객이 경관을 즐기는데도 제격일 것"이라며 "당장은 농어업 소득을 높이는 게 시급하지만, 장기적으로 관광 수입도 늘어나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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