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94세 정객…필리핀 중간선거 달구는 이색 후보들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중간선거가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7일 끝나는 후보등록을 앞두고 거물급 인사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심한 낭비벽으로 '사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멜다 하원의원이 마르코스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주의 주지사에 도전장을 냈다.
이곳의 3선 주지사인 딸 이미가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멜다의 손자 매슈 마르코스는 일로코스 노르테주의 부지사 선거에 나가기로 했다.
마르코스는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장기 집권을 위해 1972년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하에서 고문과 살해 등으로 수만 명이 피해를 봤다. 마르코스는 1986년 '피플파워'로 불리는 민중봉기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마르코스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원로들의 후손들도 상원의원 선거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법률지원단체(FLAG)를 설립했던 호세 디오크노 전 상원의원의 아들과 로렌조 타나다 전 상원의원의 손자,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의 조카 등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2016년 대선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패한 그레이스 포 전 상원의원과 마르 록사스 전 내무부 장관도 상원의원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최근까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크리스토퍼 고 전 대통령 특별보좌관도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올해 94세인 후안 폰세 엔릴레 전 상원의장은 "국력을 키우는 데 이바지하겠다"며 상원의원 후보로 등록했다.
필리핀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전체 297명과 상원의원의 절반인 24명,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해 모두 1만8천명가량의 공직자를 새로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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