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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부른 종교 분열…러 정교회, 콘스탄티노플과 관계 단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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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부른 종교 분열…러 정교회, 콘스탄티노플과 관계 단절(종합)
우크라정교회 독립 인정에 반발…러 크림반도 병합·우크라 반군 지원이 불씨
크렘린 "러 정교회 이익 지켜져야"…우크라 대통령 "러 교회 고립의 길로 가"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최근 러시아정교회로부터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뒤 기독교 일파인 정교회(동방정교회)가 심각한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적 분란에서 시작된 파열음이 결국 종교를 갈라놓는 형국이다.



러시아정교회는 15일(현지시간) 사실상 전 세계 정교회를 상대로 영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모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BBC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정교회는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회동해 주교회의를 열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우크라이나아정교회 독립 인정은 불법이라며 모든 관계의 단절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튿날인 16일 "우리는 러시아 정교회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관계 전개를 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의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러시아정교회의 모든 이익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한 러시아 정교회의 결정에 실망을 표시하면서 "러시아 정교회 주교회의 결정은 자기 고립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세속 권력과 교회 지도부의 그같은 반응은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라며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의 독립 노선을 옹호했다.
러시아정교회의 많은 수도자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산하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으며, 그리스와 키프로스 내 많은 정교회 사적지는 러시아정교회 신도들의 중요한 순례지다.
전 세계에 약 3억 명의 신도가 있는 정교회는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인 가톨릭과 달리, 자치권을 가진 각 교회의 조합 구조다.
자치교회의 수장은 모두 동등하지만, 터키 이스탄불 소재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사실상 '첫째'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러시아정교회도 기존의 14개 정교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하다.
이번 관계 단절 선언은 지난 11일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주교회의(시노드)가 러시아정교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분리 독립을 공식 인정하면서 비롯됐다.



우크라이나가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우크라이나정교회도 러시아정교회로부터 분리를 선언하고 정교회 교회법에 따른 자치권(autocephaly) 획득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정교회 분리 독립 결정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래 기다린 '역사적 사건'이라고 환영했으나, 러시아정교회 측은 근래 1천 년 사이 최대 분열이라며 '재앙'이라고 개탄했다.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1054년 교황의 수장권 인정을 두고 벌어진 '대분열'(Great Schism) 사건으로 갈라졌다.
정교회 내 갈등은 러시아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 관계 악화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사정에 빠졌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자들 봉기를 지원한 일은 결정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정교회가 러시아의 확장노선을 정당화하거나 동부의 무장 분리주의 세력을 옹호하는 식으로 자국 내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해 왔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는 우크라이나정교회 독립을 정치 문제로 삼기까지 했다.
그러나 러시아정교회 측은 러시아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반박해 왔다.
러시아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자신들의 '역사적 발상지'로 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내 교회 다수를 관할 아래 두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는 이번 독립 결정으로 관할 아래에 있는 많은 교회가 결국 우크라이나정교회로 넘어가고 현지 교회들을 둘러싸고 자칫 충돌마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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