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분쟁 휩싸인 '우뢰매' 시리즈…법원 "김청기 감독 것"
오프닝·엔딩 크레딧에 '김청기'…"옛 저작권법의 기명 저작물 해당"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1980∼1990년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영화 '우뢰매'의 저작권을 두고 김청기 감독이 당시 영화제작사 간부와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승소했다.
작품들의 오프닝·엔딩 크레딧에 제작자 및 감독으로 '김청기'라는 이름이 새겨진 사실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우뢰매를 제작한 서울동화사의 전 대표 김모씨와 A엔터테인먼트사가 "우뢰매 시리즈의 저작권을 양도받았다"며 김 감독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김 감독은 서울동화사 대표로 재직하던 1986년 '외계에서 온 우뢰매1'을 시작으로 1989년 '제3세대 우뢰매6'까지 6편의 우뢰매 시리즈를 제작했다.
A사와 김씨는 이들 6편에 대한 저작권을 2001년 서울동화사로부터 넘겨받았는데도 김 감독이 2015년 다른 회사에 양도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김 감독이 우뢰매 시리즈를 서울동화사에서 업무상 제작한 것인 만큼 최초 저작권은 서울동화사에 있으며, 따라서 서울동화사로부터 넘겨받은 자신들이 현재 저작권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뢰매 1∼3편은 법인·단체의 기획으로 만든 저작물에 관련한 규정이 저작권법에 반영된 1987년 7월 이전에 제작된 작품이므로 김 감독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밝혔다. 1987년 7월 이전 작품은 법인 명의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못하는 셈이다.
4∼6편의 경우 저작권법에 해당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제작됐지만, 서울동화의 기획으로 제작된 작품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 작품의 경우 오프닝·엔딩 크레딧 등에 '제작, (총)감독 김청기'라는 문구가 표시된다는 점에 재판부는 주목했다.
당시 저작권법은 법인 명의 저작물의 저작권이 법인에 있다고 규정하되 '기명 저작물'은 그렇지 않다고 단서를 달았다.
법인의 기획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오프닝·엔딩 크레딧에 김청기 감독의 이름이 올라간 만큼 우뢰매 4∼6편은 김 감독의 기명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밖에 김 감독이 1992∼1993년에 제작한 우뢰매 7편과 8편에 대해서는 서울동화 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제작한 만큼 서울동화사가 아닌 김 감독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서울동화사 전 대표 김씨는 1995년 김 감독이 자신에게 우뢰매 시리즈를 포함한 작품의 '판권'을 양도한다고 증서를 써준 것을 제시하며 자신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권이라는 용어는 저작권법에 없는 것으로, 해당 증서만으로는 김 감독이 저작권을 양도한 것인지 단순히 이용을 허락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명백하지 않은 경우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해야 한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권'이라는 표현 옆에 'CD, LD, 홈비디오' 등이 구체적으로 적힌 만큼 포괄적 저작권 중 일부에 국한한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고, 해당 증서에 권리 양도의 대가가 전혀 적히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포괄적 저작권을 내준 것이라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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