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성추행 성직자 다룬 실화 바탕 영화 흥행에 폴란드 논쟁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성직자들을 부패하고, 술 취한 성추행자, 소아성애자 등으로 묘사한 폴란드 영화가 박스오피스 기록을 깨면서 가톨릭 신자가 다수인 폴란드 사회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영화는 보이치에흐 스마르조프스키 감독의 '클러(KLER·성직자)'.
지난달말 개봉 때 주말 최고 흥행 실적을 깼다. 지금까지 약 300만명의 관객이몰리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생존자들의 증언들을 포함해 실제 사건들에 바탕했다.
자신의 연인에게 낙태를 부추기는 알코올중독 사제,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사제, 부패와 협박에 연루된 고위 성직자, 정치인들 및 폭력배들과 거래를 하는 기괴한 성격의 막말 주교가 나온다.
하지만 모두가 처벌을 받지 않고 지낸다. 범죄의 공모자로 묘사되는 수동적이고, 잘 속는 사회 환경이라는 배경에서다.
영화의 개봉은 수도회가 패소한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온 지 몇 주만이어서 더욱논란을 키웠다.
폴란드 포즈난 법원은 13세 소녀가 수도회 사제에 의해 납치돼 10개월 간 상습성폭행을 당한 데 대해 수도회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수도회에 수십만 파운드의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이 사제는 2008년 체포됐고 4년간 수감됐지만 수도회에선 작년에서야 제명됐다.
이번달 한 보수 논평가가 "매춘부일지라도 그렇게 돈을 잘 벌지는 못한다" "그사제는 그의 치마를 들어 올렸을 뿐"이라고 언급해 분노를 샀다.
폴란드 성직자들 일부와 지지자들이 영화에 격분해 영화를 "괴물 성직자 공포증"이라고 비난하면서 교회에 대응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신문 가제타 폴스카는 영화 포스터에 그려진 성직자들을 예지 포피우스코 신부 등 국가 영웅들로 바꾸고 "성직자: 나치즘, 공산주의, LGBT, 이슬람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우리의 보물들"이라고 쓴 포스터를 만들었다. 포피우스코 신부는 공산정권 시절인 1980년대 자유노조인 '연대'를 지지하다가 공산정권 보안요원들에게 살해된 신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주교단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폴란드 남서부 도시 오폴레의 주교 안줴이 차야가 지난 일요일 미사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자비를 간청한다. 특히 우리 때문에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사례를 간청한다"고 적힌 편지를 낭독하고 성직자들에 의한 학대 사례에 관한 정보를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교구 소속 많은 사제는 차야 주교의 이 서한을 낭독하는 것을 거부했거나 성직자들로부터 학대를 당한 희생자들에게 이를 알려줄 것을 호소한 내용을 포함해 소아성애 스캔들에 관한 언급은 생략한 채 낭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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