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112㎏ 밀반입'…국정원 첩보→경찰·관세청 수사 공조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대만 마약 유통조직을 적발하면서 압수한 필로폰 90㎏은 한국 수사기관이 확보한 필로폰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 조직이 한국에 밀반입한 필로폰 112㎏ 역시 수사기관이 적발한 필로폰 중 역대 가장 많은 양이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수사당국이 한해 압수한 필로폰은 2015년 56㎏, 2016년 28㎏, 2017년 30㎏인 것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수사의 시발점은 국가정보원의 첩보다. 국정원은 지난 4월 대만의 마약밀매조직이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해 서울 모처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서울지방경찰청과 관세청에 전달했다.
그러던 중 국정원이 8월 한 대만인이 필로폰을 커피숍에 숨겨놨다는 정보를 경찰에 전달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이번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A(25) 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때부터 경찰의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A씨가 속한 대만의 마약밀매조직 '죽련방'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현금만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경찰은 A씨의 행적을 뒤쫓는 것에 주력했다.
경찰은 A씨가 커피숍을 떠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원룸에 3∼4시간가량 머문 것을 확인한 뒤 건물주에게 계약자 명단을 넘겨받았고 여기서 대만 국적의 임차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A씨와 관련한 정보가 있는지 국정원과 관세청에 문의하니 마침 관세 당국이 조사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관세청은 지난 8월 초 국정원에서 필로폰 75㎏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첩보를 넘겨받고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대만인이 한국으로 보낸 수입화물을 모니터링한 결과 필로폰을 숨긴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례 5건을 발견했는데 그중 하나가 A씨가 태국 방콕항에서 부산항으로 부친 나사제조기였다.
경찰은 커피숍 화장실에 필로폰을 숨겨놓은 인물과 지난 7월 초 나사제조기를 한국으로 들여온 인물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8월 26일 대만으로 출국하려는 A씨를 인천공항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경찰이 외국 마약 조직원들의 범행을 확인하면 국정원과 관세청이 국내외 정보망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며 "경찰의 수사력과 국정원·관세청의 정보력이 결합한 입체적 공조"였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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