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체조 여서정 "많이 알아봐 주셔서 기분 좋던데요"
도마에서 14.500점으로 1위로 종목별 결선 진출
(전주=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체조 여정' 여서정(16·경기체고)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전국체전 데뷔전도 완벽하게 치렀다.
여서정은 13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 기계체조 여자고등부 단체전에서 도마(14.500점)-이단평행봉(12.233점)-평균대(10.700점)-마루운동(12.667점) 4개 종목 합계 50.100점을 기록했다.
여서정은 개인종합에서 팀 동료인 엄도현(50.400점)과 함께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경기체고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경기체고 1학년으로 첫 전국체전에 나선 여서정의 첫 연기 종목은 주특기인 도마였다.
그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 32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바로 그 종목이다.
여서정은 1차 시기 착지에서 한 발이 뒤로 빠졌지만, 고득점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광판에 14.500점이 찍히자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일찍 경기를 마치고 여서정의 경기를 지켜본 여자고등부 선수들은 "이게 실화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여서정은 국내 여자고등부 무대에서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에서나 볼법한 14점대를 기록하며 차원이 다른 기량을 뽐냈다.
이번 단체전에 참가한 11개교 선수 중에서 14점대는 여서정이 유일했다.
여서정은 이번 단체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경기체고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기계체조 단체전에서는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선수가 가장 먼저 연기를 펼치고, 에이스가 마지막을 책임진다. 팀 내 막내인 여서정의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
경기 후에 만난 여서정은 첫 전국체전에 출전한 소감을 묻자 "소년체전과 다르게 날씨가 추울 때 해서 몸을 많이 풀어야 했다"며 "그게 좀 힘들었고, 또 좀 더 긴장이 많이 되긴 하더라"고 말했다.
2개월 전과 비교해 사람들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그는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많이들 알아봐 주신다"며 "그렇다고 그 시선 때문에 딱히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알아봐 주시면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답했다.
여서정은 도마 1위, 마루운동 1위로 두 종목에서 종목별 결선에 나선다. 종목별 결선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첫날에 단체전 금메달, 개인종합 은메달을 차지한 여서정은 "내일까지 열심히 해서 도마와 마루에서 추가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고, 안 다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도마에서 세계를 주무른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여홍철(47) 경희대 교수의 둘째 딸로 유명하다.
여 교수는 경기 뒤 여서정에게 다가가 짤막하게 한마디를 건넨 뒤 살짝 뒤로 빠져서 팀 동료들과 함께 축하를 받는 딸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여서정은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해줬느냐고 묻자 "그냥 잘했다고 말해주셨다"며 배시시 웃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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