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취소'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재수감 위기 모면하나
야당 장악 의회, 고령 죄수 가택연금 허용법 가결…여당 "졸속·반헌법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최근 사면 취소로 재수감 위기에 처한 알베르토 후지모리(80) 전 페루 대통령이 가까스로 감옥행을 모면할 길이 열렸다.
12일(현지시간)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의회는 전날 고령의 재소자들이 가택연금 상태로 형기를 마칠 수 있는 법안을 찬성 55표 대 반대 30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특히 70세 이상 여성 재소자와 75세가 넘는 남성 재소자가 전자 태그를 달면 고향 지역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단, 고령의 재소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형량 중 3분의 1을 감옥에서 복역해야 한다.
법안 가결은 최근 대법원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을 취소한 가운데 여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의회를 장악한 보수 야당인 민중권력당(FP)의 주도 아래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의회 다수당인 FP의 대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인 게이코 후지모리다. 게이코 대표는 지난 10일 불법 대선 자금 돈세탁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원내 7개 정당 중 5개 정당 소속 의원들은 FP가 사흘 전에 법안을 발의한 뒤 정의위원회의 충분한 분석과 논의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표결에 부쳤다며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후지모리 전 정권 당시 인권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반헌법적 법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안이 공포되려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 3일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취소하고 재수감을 명령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대법원의 사면 취소 판결 이후 심장 이상을 이유로 수도 리마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한 뒤 "재수감은 곧 사형"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페루 대통령은 성탄일 전날인 지난해 12월 24일 인도적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한 바 있다.
사면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겨 리마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가운데 이뤄졌다.
당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시절 자행한 학살, 납치와 같은 반인륜 범죄와 횡령 등으로 2009년 25년형을 선고받고 12년째 수감 중이었다.
그는 특히 1991년부터 1992년 사이에 두 차례에 걸친 친정부 민병대의 대학살을 지시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제기된 자신에 대한 탄핵 위기를 모면하려고 후지모리 사면 카드와 맞바꿨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주 인권재판소는 지난 6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학살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페루 정부의 임무와 양립할 수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