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구금 美목사 2년만에 석방…트럼프 "내가 애썼다"(종합2보)
법원 "브런슨 목사, 테러지원혐의 유죄…복역기간 고려해 가택연금 해제"
브런슨 목사 "나는 결백" 최후진술…석방 앞두고 터키리라 가치↑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장기 투옥돼 미국·터키 관계가 위기로 치달은 원인이 된 미국인 목사가 마침내 풀려났다.
터키 이즈미르 법원은 12일(현지시간),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선고 공판에서 테러조직 지원 혐의에 유죄 판결하고 징역 3년 1개월 15일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브런슨 목사가 가택연금 기간을 포함해 24개월간 성실하게 복역한 점을 고려해, 가택연금과 여행금지 명령을 모두 해제했다.
브런슨 목사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나는 결백하다"면서 "나는 예수를, 터키를 사랑한다"고 진술했다.
판결이 낭독되며 석방이 확실해진 순간 브런슨 목사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끼며 아내 노린을 끌어안았다.
브런슨 목사는 판결 후 개신교 민간단체 '미국법정의센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가족이 이날이 오기를 기도했다. 미국 집으로 가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1993년 이래 터키에 체류한 브런슨 목사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세력과 쿠르드 무장조직을 지원하고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2016년 10월 투옥됐다.
미국은 브런슨 목사의 혐의가 터무니없다며 그를 석방하라고 여러 통로로 압박했으나, 터키는 정당한 사법 절차에 따른 인신구속이라며 맞섰다.
그러면서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터키 고위 인사들은 브런슨 목사를 미국과 협상에 '인질'로 활용하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올해 7월 법원은 브런슨 목사의 건강을 이유로 가택연금 결정을 내렸지만, 석방 요청은 계속 기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브런슨 목사 억류를 이유로 터키에 제재를 부과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고, 그 여파로 터키리라화 가치가 폭락했다.
이날 브런슨 목사의 석방은 미국 고위 당국자의 낙관적인 전망 등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다.
판결을 앞두고 미국 NBC 방송은 터키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는 대가로 미국이 경제적 고삐를 늦추기로 양국이 비밀리에 거래를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런슨 목사의 정확한 귀국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측근은 그가 금명간 군용기편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것이라고 법정 밖 취재진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격하게'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브런슨 목사가 막 풀려났다. 곧 집에 올 것이다!"라는 글을 모두 대문자로 올렸다.
또 "내 마음과 기도를 브런슨 목사에게 보낸다. 그가 어서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브런슨 목사를 위해 매우 애썼다"는 글을 올려 공치사도 잊지 않았다.
터키리라화는 브런슨 목사의 석방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하루 2.6% 가량 절상됐다.
리라달러환율(1달러와 거래되는 리라화 비율)은 11일 5리라대로 떨어진 후 판결 당일 내내 6리라 아래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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