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치 측근 비판한 언론인 구속…IPI"독재에 근접" 비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을 취재하다가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린 기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미얀마 사법당국이 이번에는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측근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언론인들을 구속해 또다시 언론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곤 법원은 전날 미얀마 일레븐 미디어 그룹의 주필인 초 조 린, 나이 민과 수석 기자 표 와이 윈을 형법 505조 b항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출판물이나 소문 등을 통해 정부나 공공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이 구속된 것은 실권자 수치의 최측근인 표 민 테인이 지사로 있는 양곤시를 비판한 기사 때문이다.
표 와이 윈 수석 기자는 지난 8일 자 주간지 기사에서 양곤 당국이 스쿨버스를 구입 과정에서 의회 승인 없이 민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고, 양곤시가 최대주주로 참여한 공기업도 각종 변칙 행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공금 사용 등은 최근 발간된 2016∼2017 회계연도 예산 감사 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이다.
그런데도 수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표 민 테인 지사 측은 이 기사를 문제 삼아 언론인들을 고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은 법원이 유죄를 인정할 경우 최장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로힝야족 학살을 취재하던 도중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든 로이터 통신 기자들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던 미얀마 사법당국이 또다시 석연찮은 이유로 기자들을 체포하면서 미얀마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국제언론인협회(IPI)의 라비 R. 프라사드는 AFP통신에 "언론인들을 체포한 건 언론 자유에 대한 모독이며 미얀마 정부가 독재정부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미얀마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창립자인 흘라잉 팃 진 와이는 "미얀마의 미디어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차례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 피신할 수 있도록 집에 가방도 싸놓았다"고 말했다.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인 수치가 지난 2016년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미얀마 안팎에서는 군부독재의 산물인 언론탄압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군부나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이 구금되거나 살해되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특히 미얀마 사법부는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던 2명의 로이터 통신 기자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실권자인 수치는 이 판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수치는 최근 일본 방문기간 NHK외 인터뷰에서 "미얀마에서는 상당한 언론 자유가 보장된다. 정부를 비판하는 자들은 미얀마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부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일레븐 미디어 그룹은 지난 2016년 11월 사업가로부터 10만달러의 뇌물을 받고 알짜 계약을 따낸 공무원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에도 법원은 칼럼을 쓴 언론인들을 구속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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